靑, 준법지원인制 국무회의 상정 유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국민적 공감대 형성안돼” 상장사들 “이중규제” 반발…
‘변호사 일자리용’ 지적도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상법 개정안이 청와대 벽에 부닥쳤다.

청와대가 준법지원인 제도를 포함시킨 상법 개정안을 5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일 정부로 이송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고려해 (개정안을) 5일로 예정된 이번 주 국무회의에 보고하지 않고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준법지원인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에서 임직원의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하고 그 준수 여부를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변호사와 5년 이상 경력의 법학 교수, 그 밖에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하되 임기는 상근 3년이다.

이를 놓고 상장기업들은 ‘옥상옥’의 이중 규제라고 반발해 왔다. 금융사들의 경우 이미 준법 감시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대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여러 감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법조계는 상장 기업들의 자율적인 내부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준법지원인 제도가 상장기업의 윤리경영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준법지원인 제도가 ‘변호사 일자리 만들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규모’를 ‘자본금 1000억 원’ 이상으로 할 경우 1800여 개 상장기업 중 1000여 개 상장 기업이 1명 이상의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 법조계로서는 최소한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실제 이 제도는 법조계의 숙원 사업이다. 2009년 7월 국회의원 33명이 윤리경영 강화를 명분으로 발의했으나 논란이 많아 처리가 미뤄지다가 지난달 10일 다른 개정안 6개와 묶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슬쩍 처리됐고, 다음 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부분 의원들은 이 제도가 상법 개정안에 들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청와대는 “국무회의 상정을 일단 유보하겠다는 것으로 대통령 거부권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시행령 등으로 보완이 가능한지 검토해보고 신중하게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단 이 제도에 대해 청와대도 부정적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해둔 뒤 추후 대통령령으로 준법지원인을 둬야 하는 상장기업 대상을 좁히는 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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