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는 국회의원들]출석저조 의원들 항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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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행사 바빠서” “출석률 평가 옛날방식” “갈 필요 못느껴”

본보가 3일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임시국회 출석률을 보도하자 의원회관은 의원들의 출석률을 찾아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출석률이 낮게 나타난 의원들은 해외 출장, 지역구 행사 참석을 거론하면서 해명하는 등 곤혹스러워했다. 일부 의원은 “출석률 평가는 옛날 방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16회 중 2회 출석)=최근 태백산 등산을 하다가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무릎을 굽힐 수가 없는 상황이라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의원회관에서 TV를 보면서 발언을 체크하며 업무를 계속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2회 출석)=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및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의 현안인 과학기술기본법과 관련해 토론회와 궐기대회가 있었다. 대정부질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전체 의원이 굳이 모두 참여할 필요가 있는가.

△민주당 최영희 의원(2회 출석) 측근=국회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22∼28일 일정으로 뉴욕에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했다. 국회에는 청가서를 냈고, 이 기간 외엔 모두 출석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4회 출석)=대정부질문 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과 함께 정부 관료의 얘기를 듣는 것과 찾아오는 민원인을 만나 얘기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국회의원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의 결과를 가지고 평가해야지 출석률, 발의법안 숫자를 가지고 성적을 매기는 것은 단편적이고 옛날 방식이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4회 출석)=대정부질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이 큰 현안이 있을 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본회의를 여는 게 좋겠다. 지금처럼 국회가 열리기만 하면 국무위원 한꺼번에 불러서 정치적 공방에 치우친 토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4회 출석)=열심히 출석하려 했지만 신년회 같은 지역 행사가 많고 의원회관에서 할 일이 많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TV중계 등 정치 환경이 변했는데 대정부질문은 예전 스타일 그대로다. 화상으로 의원 3, 4명이 나와 정부와 토론하는 식으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할 수도 있지 않겠나.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대정부질문 손질론 다시 고개 “나홀로연설-재탕질의 이제 그만”▼

“의원들의 저조한 출석률, 메아리 없는 ‘나홀로 연설’, 재탕삼탕 질의, 지역 민원성 질의….”

그동안 대정부질문에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되풀이되면서 대정부질문 손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정부질문 제도는 언로가 막혔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 야당이 권력의 탄압을 피해 정권을 비판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 한국식 국회 제도로 외국에선 찾기 힘들다. 과거에는 순기능 역할을 많이 했지만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은 역기능이 커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당은 면책특권을 토대로 정치공세에 매달리고 여당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정부 해명을 대변하는 식의 판에 박힌 ‘원맨쇼’를 국민들이 과연 지켜보겠느냐는 자조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연루 의혹을 제기한 자리도 대정부질문이었다.

정치권에서도 국회 선진화 차원에서 대정부질문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먼저 반성해야 되겠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제도의 문제점도 있다. 국회선진화를 위한 제도인 대정부질문 제도, 그리고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대부분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의정활동강화 자문위원들에게 대정부질문 개선책을 강구해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도 의회의 대정부 견제라는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대정부질문 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국회 차원에서 대정부질문 개선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학계에선 상시국감제를 도입해 대정부질문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대정부질문 기간에는 사실상 상임위 활동이 중단된다”며 “1년 365일 상시 국감 체제를 갖추면 현재처럼 뒤늦게 몰아치기식 대정부질문을 쏟아내는 비능률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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