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정통 딕시랜드 브라스밴드 '마린딕시버거'
●이들의 독특한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 '최고의 한국'
정통 딕시랜드 재즈 스타일을 추구하는 마린 딕시버거
국내에도 정통 딕시랜드(dixieland) 재즈밴드가 존재한다.
딕시랜드? 어휘가 조금 생소하기는 하지만 '뉴올리언스 재즈'라고도 바꿔부르면 간단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뉴올리언스에서 생겨난 가장 초기의 재즈형태로 행진곡 리듬을 타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재즈를 총칭한다.
홍대앞에서 활동했던 '마린 딕시랜드(Marine Dixieburger)'의 밴드의 구성은 1950년대 서부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흑백사진 속 풍경을 닮았다. 트럼펫(권우유)와 트럼본(폭도), 클라리넷(야옹이), 드럼(양군), 보보스(벤조), 운수자(수자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도 당초 계획만큼 꾸준하지는 못했다. 상상마당 특별활동시간인 '홍대앞 재발견' 무대에서 두세 번 마주친 그들은 적잖은 진통을 겪어왔다. 팀장 역할을 하던 권우유의 솔로활동이 본격화 되자 남은 이들의 어깨가 축 쳐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최고의 한국'이라는 최고의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이 존재한다. 이 한 장만으로 한국 인디음악계에 소중한 존재로 기억될 수 있다.
■ '마린 딕시버거'의 역사적 한 걸음 '최고의 한국' 앨범
음악가에게 앨범의 중요성이란 저서 없는 작가를 상상할 수 없듯이 존재감을 대변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신의 예술 활동를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 음향기기제작회사를 운영하는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임창수 선배만 해도 그의 연주가 담긴 앨범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존재감은 영원할 것이다.
'마린 딕시버거'의 앨범에는 단 3곡이 포함됐을 정도로 단출하다. 게다가 한곡은 2010년 월드컵을 노린 응원가로 제작됐기 때문인지 지금은 조금 부담스럽다. 그러나 누구도 시도해 본적 없는 야심에 찬 앨범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평범한 록밴드 스타일이 아닌 브라스캄보밴드는 여러모로 대중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멤버들의 외모부터 남달랐다.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의 조화는 물론이고, 남자 5명 가운데 낀 홍일점도 특별했다. 나이대도 40대 멤버 한명과 나머지 20대의 멤버들로 구성도 절묘했다. 게다가 저 무거운 관악기들은 모두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 아닌가? 하루 이틀 만에 터득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닌 것이다. 대중가요 판에서 이 같은 브라스악기를 다루는 뮤지션은 공연장과 방송을 통해 그리 많지 않다.
주어진 악보를 놓고 연주하는 객원멤버와 달리 이들은 스스로 만든 노래를 부른다. 앨범의 타이틀인 '최고의 한국'은 전형적인 마칭(행진곡) 스타일 곡으로 마치 경기장안에서 연주하는 듯, 화려한 드럼연주로 시작한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승리를 쟁취해야한다는 태극전사를 향한 비장한 바람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다소리와 함께 푸근한 트럼본 연주로 시작하는 '마린딕시버거송'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When the saint go marching in'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편곡한 노래다. 돌림노래 형식인 '마린딕시버거송'은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바다에서 가장 큰 고래를 타고 / 갓 구운 빵 속에 사랑, 우정, 낭만, 로망을 넣고 / 오~,구워요 뒤~,집어요'.
■ 단순한 가사와 행복한 느낌의 브라스 밴드…
이들의 노래와 연주소리는 스스로 진정 음악을 즐긴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이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에는 '그녀의 호프집'이라는 노래를 기억할만하다. 호프집의 그녀를 갈망하는 한 남자와, 꽃이 피는 봄에도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있는 한 여자와의 관계를 나타낸 애잔한 사랑노래다.
"그녀의 호프집속엔 맥주가 있고 / 호프집 맥주잔속엔 알콜이 있네 / 맥주잔 알코올 속엔 내가 서있고 / 알콜 속 내마음속엔 그녀가 있네…"
가사가 유치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전달력만큼은 확실하다. 가사에는 숭고하면서 고차원적인 사상을 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즐기는 99%의 음악은 이렇듯 깊숙한 사고에서 나오는 것보다 단순한 일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마치 고대인들이 동굴벽화 속에 그날의 일기이자 신기하게 보았던 동물(코끼리나 사슴)이 등장하는 것처럼 단순한 마음표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물론 필자는 '마린딕시버거'의 최근 모습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훌륭한 앨범을 낸 브라스밴드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은 뭐하는지 한번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엿보고 싶다.
이러한 반짝이는 팀들이 홍대앞 자그마한 카페에서 조촐하게 모여서 관악기들만 로도 칙칙폭폭 대는 사운드와 초등학생 일기장과 같은 노랫말을 계속해서 읊조리길 원한다. 그래야만 우리 곁에 음악 하는 기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 앨범 정보
* 앨범명 : '최고의 한국' (Digital Single) * 아티스트 : 마린딕시버거(MarineDixieburge) * 장르 : 퓨전 재즈 * 수록곡 : MarineDixieBurger Song, 최고의 한국, 그녀의 호프집 * 발매일 : 2010년 5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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