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이 미친 세상의 한줄기 낭만” 브로콜리 너마저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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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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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전 국민적 인디밴드로 떠오른 '브로콜리 너마저'
● 화려한 쇼비즈니스와 상반된 행보로 음악듣기의 행복 전달

MBC \'라라라\'에 출연한 당시의 브로콜리 너마저. 이들은 주류음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 듣기의 행복감을 전달하는 인디밴드다.
MBC \'라라라\'에 출연한 당시의 브로콜리 너마저. 이들은 주류음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 듣기의 행복감을 전달하는 인디밴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음악은 인간의 주요 표현수단이었다. 인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노래에 실어 전달했고, 음악은 그 낭만적 아름다움으로 인류에게 큰 즐거움과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제 음악은 단순한 '낭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음악은 컨텐츠산업으로 가장 거대한 '비지니스' 영역을 차지한 인간의 최상위 문화활동이다.

기획사에 의해 적당하게 상품화된 가수들은 정형화된 교육과정을 거쳐 모두 힘 있고 정확한 목소리를 내려 애를 쓰게 마련이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사람 역시 가수들의 성량을 가늠하고 비교하면서 음악의 완성도를 평가한다.

때문에 가수에게 있어 음정이 불안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앨범에서 음정은 늘 자로 잰 듯, 스튜디오 엔지니어의 마우스 드래그에 의해 정확한 높낮이로 조정된 채 출시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발라드에는 한결 같이 절정 부분에 '절규'를 포함한다. 가수는 이 대목에서 고음역대의 정제된 발성을 내뿜으며 대중들은 그것에 매료되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더 이상 대중은 잔잔한 감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보다 자극적이고 과잉된 감정을 원하고 있다. 아니 적어도 모두가 음악이란 그래야만 한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밴드 이름처럼 독특한 이름을 가진 네 명의 멤버('덕원', '잔디', '루지', '향기')로 구성된 혼성 모던록 밴드다. 한국 인디의 거대한 성공으로 칭송받는 이들의 등장은 그동안 점점 '비즈니스화'해가던 음악시장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2008년 12월에 나온 이들의 1집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감성적인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로 충만한 '보편적인 노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를 비롯해 '유자차' 같은 수록곡들은 아무런 홍보 없이도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퍼져나가며 이들을 국민적 '인디밴드'로 부상시켰다. 사실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절규로 가득 찬 음악 시장의 충격적 반전

언제나 한결같은 이들의 음악은 요즘 음악들에 비하자면 기승전결이 흐릿하다. 어찌 보면 에세이 같기도 하고 때론 서사시처럼 들리기도 한다.

[졸업]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달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당연히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절정에서의 '절규'란 이 밴드에게서는 전무하다.

이들 노래에는 힘주어 노래 부르는, 흔히 우리가 '복식발성'이라 말하는 부분도 찾아볼 수 없다. 보컬은 높거나 낮은 음역대의 처리에 다소 미숙하며, 그 흔적은 마치 포토샵하지 않은 스타의 처진 뱃살처럼 앨범에 가감 없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앨범에서는 인간적인 냄새가 풍긴다.

다른 음반들에서는 컴퓨터에 의해 잘려나갔던 그 까끌까끌하고 풋풋한 감정들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래하는 이의 숨소리도 생생하게 들린다.

반주하는 밴드는 마치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보컬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듣기 편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연주를 조심스레 반복했고, 보컬은 역량을 뽐내기보다 그 과잉되지 않은 감정을 온전히 목소리에 담는 데 최선을 다한다.

공연중인 '브로콜리 너마저' 2집에 대한 기대는 1집 때보다 더 높아졌다.
공연중인 '브로콜리 너마저' 2집에 대한 기대는 1집 때보다 더 높아졌다.

■ 1집과 동일한 행로를 걷는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에서 그들은 '사랑' 에 대해서 노래했다. '앵콜요청금지'에서는 이별을 선언하는 마음을, '유자차' 에서는 너와 나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보편적인 노래' 에서는 헤어진 후회를 노래를 통해 떠올린다. 이들의 노래 제목처럼, '사랑'이라는 주제는 무척 '보편적'인 주제지만, 이를 풀어내는 브로콜리의 표현방식은 너무나도 담백하고 소소하다. 아니, 소소하다 못해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TV에 그려지는 삶과 달리 현실에서의 사랑은 그저 화려하기만 할 리 없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 역시 때론 소소하고 초라한 모습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달콤하고 자극적인 음식들은 처음에는 입맛을 당기지만, 계속 먹다보면 질리는 법. 그와 반대로 담백한 밥은 질리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소소함과 담백함은 수많은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공명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2집에서 그들은 '세상'에 대해서 노래한다. 타이틀곡 '졸업'에서는 우리 세대가 처해 있는 '취업난'이라는 아픔을 같이 공유하고, '열두 시반'에서는 지쳐버린 젊은이들의 막막함을 노래한다. '변두리 소년, 소녀'에서는 비겁한 세상에서 떠날 날개를 염원한다.

그들의 노래 속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삶, 바라보는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젊은이들의 귓가에 앉아 잔잔하게 그들의 삶의 고통을 노래로 공감해주며 어루만진다.

누구라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을 들으면 자꾸만 '고 김광석'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둘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의 세대에게 가장 전달하기 좋은 방식을 통해 삶을 노래하고 있다. 김광석이 포크와 통기타라는 방식으로 80~90년대를 노래했다면, '브로콜리 너마저'는 밴드악기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모던록'이라는 익숙한 방식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표현한다.

요즘 TV를 켜면 숱하게 넘쳐나는 가수들처럼, 강렬한 비트와 안무, 화려한 의상, 완벽한 외
모, 그 어느 것 하나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 출시가 사람들의 은근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 앨범 정보

앨범명 :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멤버 : 향기| 덕원| 잔디| 류지|
수록곡 : '울지마' '마음의 문제' '이젠 안녕' '할머니' '환절기'...
배급 : 미러볼뮤직 | 2010.11.1
한줄평 : 수많은 인디팬들이 간절히 기다려온…영혼을 정화시키는 음율, 그러나 1집보다는 살짝 약함

왕두호 / 베이시스트
정호재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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