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도망자’ 정지훈, ‘거품 비’ ‘먹튀 비’ 이미지 씻을까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13:53수정 2011-01-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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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비의 신작 드라마 KBS2 ‘도망자 플랜B’가 29일 첫 방송됐다. ‘도망자 플랜B’는 입대를 앞두고 내놓게 될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28)의 신작 드라마 KBS2 '도망자 플랜B'(이하 도망자)가 29일 드디어 공개됐다. 비로서는 KBS2 '이 죽일 놈의 사랑' 이후 5년 만의 안방극장 나들이다. 올 초 '추노'로 시청자와 평단 모두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아내고, 비와도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곽정환 PD의 연출작이기도 하다.

'도망자'는 한국 전쟁 발발로 사라져버린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2010년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첩보물이다. 첫 회 전국 시청률 21.7%(TNmS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여러 측면에서 비의 '도망자' 출연 결정은 현 시점에서 택할 수 있었던 최상의 선택에 속한다. 특히 입대를 앞두고 내놓게 될 마지막 콘텐트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가수 비와 배우 비…배우 비는 '지나치게' 잘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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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언제부턴가 가수 비와 배우 비를 나누어 커리어를 진행시켜 나갔다. 처음에는 아이돌 스타의 연기 도전이라는 흔한 도식의 일부로 보였다. 결국 도전은 도전일 뿐 본업과 병행하거나 본업을 대체시킬 만 한 건 아니며, 여전히 '비=가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배우 비는 '지나치게' 잘 나갔다. KBS2 '풀하우스'의 대박에 이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박찬욱 감독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주연급 출연까지 얻었다. 이후부터는 아예 할리우드 커리어가 열렸다. '매트릭스'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에 조연급으로 출연하고, 이듬해 '닌자 어쌔신'으로 한국 배우 사상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 주연을 맡기까지 했다. 비는 결국 '닌자 어쌔신'으로 2010 MTV 무비어워즈에서 '최고의 액션스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가수 비는 점차 평가 절하되기 시작했다. '짐승돌' 2PM 등 유사 콘셉트 아이돌들이 시장에 범람하자 비의 독보성은 퇴색해갔다. 자질이 의심받는 상황도 꾸준히 겪었다. 이어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씨어터 '별관' 공연, 일본 도쿄돔 공연 등이 일종의 거품으로 드러나고, 아시아 투어에서 보인 동남아시아 팬들의 열광도 사실상 '풀하우스' 등을 통해 얻어진 배우 비의 후광효과임이 밝혀지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가수 비는 배우 비에 '묻어가는' 존재에 불과함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가수 비는 숱한 자질 논란과 퍼포먼스 논란 등을 겪었지만, 배우 비는 일정부분 인정해주는 시각이 퍼져 나갔다.

▶입대로 할리우드 스케줄은 엉켜 버려

이렇게 '월드스타' 칭호가 사실상 가수 비에 주어진 것이 아닌 배우 비의 몫이었음이 속속 드러나자 입대를 앞둔 비의 선택지는 단순해졌다. 영화를 남기고 가느냐 TV드라마냐의 양자택일 상황이었다. 그리고 비는 TV드라마를 택했다.

상당부분 수긍이 가는 선택이다. 비는 올 초부터 할리우드로부터 이소룡 주연작 '용쟁호투' 리메이크인 '어웨이큰 더 드래곤'의 주연으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닌자 어쌔신'을 제작한 워너 브라더스사 프로젝트로 TV드라마 '더 쉴드' 제작자 커트 서터가 감독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의 현 상황으로 볼 때 할리우드 스케줄에 맞추기란 어렵다. 이제 프로덕션 초기단계라면 입대 전까지 루핑(후시녹음)을 맞추기도 어렵고, 완성 후 프리미어와 정킷 등 홍보활동에도 참여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출연료 수입 외 별 득이 없다는 점이다. 비의 할리우드 커리어는 이제 막 시동을 거는 상태다. 그러나 막상 2번째 주연작을 만들고 난 뒤 차세대 이소룡으로 주목받을 때쯤엔 입대로 공백기가 생긴다. 한 마디로, 제대로 큰 도약을 맞을 때쯤 2년간의 공백이 생겨 오히려 들뜬 분위기가 꺾여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할리우드 커리어는 군 복무를 마친 2년 뒤 처음부터 재시동을 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을 수 있다.
극중 진이 역의 이나영(가운데)은 지우 역의 비(왼쪽)와 카이 역의 다니엘 헤니와 극 중 삼각관계에 빠지게 된다. 사진제공 KBS

▶'도망자'로 바른 선택한 비, 하지만 지나치게 훼손된 국내 이미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영화와 TV드라마 중 택일이다. 당연히 TV드라마가 낫다. 일단 비는 영화 쪽에서 별다른 티켓파워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첫 출연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실패했고, 연이은 할리우드 출연작도 국내에선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영화를 선택했다가 실패로 돌아가면, 군 복무 2년 동안 실패한 영화가 마지막 콘텐트로 남아 실패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 또한 한류 중 가장 미진한 장르가 바로 영화라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TV드라마는 다르다. 일단 애초 비의 동남아시아 권 성공 베이스가 TV드라마여서 동남아시아 한류를 타기 더 없이 적합하다. 국내에서도 배우 비는 아직 영화 티켓을 팔 수 있을 만큼의 신뢰도는 없지만 TV드라마 시청률을 올려줄 정도의 인지도는 확실히 갖추고 있다.

거기다 드라마 콘셉트도 현 시점 비와 잘 맞는다. 기존 트렌디 드라마에서의 가볍고 부드러운 꽃미남 이미지와 할리우드 영화에서 쌓은 액션 스타 이미지를 합쳐 놓은 형태다. 길환영 KBS 콘텐츠본부장에 따르면 "'도망자'는 내용, 출연자, 스케일 면에서 글로벌한 대작이자 획기적인 드라마 될 것"이라니, 2년의 공백기를 앞두고 '월드스타' 위상을 과시할 콘텐트로도 적합한 부분이 있다.

이렇듯 '모처럼 바른 선택'을 한 비이지만, 그렇다고 비와 '도망자'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비의 국내 이미지가 지나치게 훼손된 상태다. 가수로서 무조건 웃통은 벗고 보는 퍼포먼스 탓에 남성 섹스 심벌에 따르는 남성층의 반발이 고조된 상태다. 배우 비가 아닌 가수 비를 억지로 '월드스타'화 시키다보니 거품 논란 역시 지난 수년 간 지속돼온 상태다. 거기다 주식 '먹튀' 논란까지 겹쳤다. 이 역시도 경제 불황기 청년층의 사회적 콤플렉스를 자극해 분노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TV드라마 시청률을 내주는 주역인 여성층에는 이런 문제들이 크게 작용하질 않는다. 여성층은 늘 배우 비만큼이나 가수 비의 퍼포먼스도 즐겨왔고, 그를 섹스 심벌로 등극시킨 것도 애초 여성층이었으며,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데 별달리 분노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능력남' 이미지만 얻었다.

그러나 일단 전체 청년층 중심으로 시청률 구도가 짜여야 할 콘텐트에서 남성층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건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남성층은 늘 드라마 중반 이후부터 추가 시청률을 내주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첫 방은 선전하더라도 뒷심이 안 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류 효과도 넋 놓고 낙관만 할 일이 아니다. '도망자'는 아시아 시장이 한국 TV드라마에 요구하는 콘텐트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은 늘 한국 TV드라마에서 순애(純愛)물을 요구해왔다. 비가 아시아 시장에서 스타로 거듭난 것도 트렌디 드라마 '풀하우스' 덕택이었다. 근래 들어 한류 붐이 사극으로까지 확대되긴 했지만 그 외 장르 드라마들은 큰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KBS2 '아이리스'가 일본 TBS에서 프라임타임에 방영됐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했던 것이 한 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동남아시아 권에서 요구하는 트렌디 드라마? 그러면 국내에서는 식상감 탓에 실패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 무리하게 할리우드 영화? 애초 말이 안 된다. 국내 영화? 시장이 좁은 국내에서 자신에 꼭 맞는 영화 콘텐트를 찾기엔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도로 돌아가 가수 비로서 앨범 발매? 가수 비를 아예 접어야할 상황까지 이른 마당에,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최악의 선택이다.
소속사의 최대주주였다가 전속 계약 만료를 앞둔 시점에 보유 주식 전량 매각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비는 27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도 한마디 해명하지 않았다. 사진제공 KBS

▶차라리 실패한 대중적 이미지부터 챙겼어야

대체 뭘 선택했어야 할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쩌면 답은 '콘텐트'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현 시점 비의 콘텐트로서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할리우드 영화다.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콘텐트 하나 툭 내놓고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의 이미지 훼손부터 먼저 챙기는 편이 좋았다.

모든 종류의 문화 전파란 기본적으로 '안에서 끓어야 밖으로 넘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안'인 국내가 지금 비에 대해 식어가고 있는데, 이를 받아줄 '밖'인 여타 아시아 지역이 따로 비에 열광하리라는 기대는 무리다.

차라리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을 늘려 자신의 실패한 이미지 모델을 수정하는 편이 좋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만한 비'의 이면에는 '거품 비'가 자리 잡고 있고, '노력파 비'의 이면에는 '먹튀 비'가 자리 잡게 된 현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런 노력이 필요했다. 겸손하고 성실한 초기 이미지로 복귀해 2년 뒤 맞이하게 될 대중적 이미지를 챙기는 편이 더 실속 있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어찌됐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쩌면 비의 이미지가 훼손될 대로 훼손된 현 상황에 등장하는 '도망자'야말로 배우 비의 상품적 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일 수 있다. '도망자'의 성패 여부에 따라 비의 2년 뒤 청사진이 나오게 될 가능성도 높다.

▶실패한다면 남는 건 '거품 비' '먹튀 비'

성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인정을 해주는' 스타로서 국내 이미지를 쌓고 아시아 시장의 갈증 역시 2년을 기다려줄 만큼은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할리우드의 관심 역시 일정 기간은 잡아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남는 것은 '거품 비' '먹튀 비' '실패 비'일 뿐이다. 그 상태로 2년을 버텨야 한다.

비로서는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게 될 현 시점, 비의 선택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것이었기를 기대한다. 뭐가 어떻건 간에 배우로서 '월드스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유일한 한국 스타를 잃게 된다는 건 한국 대중문화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막대한 손실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와 '도망자'의 건투를 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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