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무적자’ 송승헌 “원빈·강동원이 꽃미남, 나는 아냐”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19:15수정 2010-09-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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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은 영웅본색 리메이크작 ‘무적자’(송해성 감독)에서 저우룬파(周潤發)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재해석한다.

'사나이 영화'를 말하면서 이 '형님'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00달러 위조지폐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고, 롱코트를 걸친 183cm 큰 키에 성냥개비를 씹으며 쌍권총을 휘두르던 '영웅본색'(1986)의 저우룬파(周潤發·55).

"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졌지만, 영웅은 살아있다"며 악당들이 쏜 총을 40발이나 맞으면서 쓰러져가는 그의 모습은 홍콩 느와르 팬들에게 '전설'로 남았다. 1980년대 비디오 키드 중에 선글라스를 쓰고 성냥개비를 물고 다니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극장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영웅본색'을 찍을 당시 저우룬파의 나이는 서른하나였다. 그리고 2010년, 서른넷 배우 송승헌이 그를 재현했다. 16일 개봉하는 영웅본색 리메이크작 '무적자'(송해성 감독)를 통해서다.

송승헌은 이 영화에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부산의 무기밀매조직에서 일하는 의리파 이영춘 역을 맡았다. 저우룬파가 그랬듯 영화 속 그도 선글라스를 끼고 쌍권총으로 악당을 순식간에 처단한다. 송승헌 외에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이 나온다. '무적자'라는 영화 제목은 겨룰만한 적이 없는 자(無敵者), 국적이 없는 자(無籍者)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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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의 '무적자'는 저우룬파의 '영웅본색'을 넘을 수 있을까.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원작을 단순히 따라 한 것이 아니고 등장인물들이 왜 저렇게 배신하고 복수하는지 드라마적인 관계에 집중했기 때문에 원작보다 더 풍부해졌다"고 작품의 완성도를 자신했다.

그는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자신을 이상형으로 꼽은 걸 그룹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를 VIP 시사회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18일 '무적자' 제작보고회. 왼쪽부터 김강우, 송승헌, 주진모, 조한선.

▶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졌지만 영웅은 살아 있다!

-'영웅본색'을 몇 번 봤나?

"1~2번 봤다. 내 또래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남아 있는 '사나이의 로망' 같은 작품인데 지금 다시 보니까 그 당시 몰랐던 빈 곳도 없잖아 있었다. '영웅본색'의 인물 관계를 가져와 한국적인 상황과 배경, 색깔을 입혀서 만들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영웅본색'은 알지만 그 내용은 잘 모른다. 그게 이 영화의 딜레마이고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리메이크를 한다고 해서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원작 팬들은 '너희가 얼마나 잘 찍는지 보자'라고 할 텐데 잘해야 본전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따라 한 것만이 아니다. 저들이 왜 저렇게 배반하고 복수하는지 드라마 관계에 집중했기에 원작보다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무적자만의 색깔이 궁금하다.

"2010년도 한국 영화이다 보니까 배경이나 시대적인 배경이 바뀌었다.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가 남한 무기밀매 조직에 몸담으면서 성공을 꿈꾸지만 좌절한다. 같은 탈북자 출신 조직원 김혁(주진모 분)은 잃어버린 동생 김철(김강우)을 찾지만 경찰이 된 동생은 형에 대한 원망이 있고…. 기본적인 인물 관계는 원작에서 따왔지만 배경은 한국적 상황에 맞게 고쳤다. 액션도 더 화려하고 스케일 면에서도 더 크게 찍었다."

-'영웅본색'의 암울한 분위기는 중국 반환 전의 홍콩을 대변한다. 어두운 현실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합쳐져 홍콩 느와르가 탄생한 것인데 시대적으로 볼 때 현재의 한국과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목숨을 걸고 탈북했지만 편견 등으로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운 현실이 은연중에 묘사된다. 탈북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들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분위기가 굉장히 느와르적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네 사람의 영혼 모두 불쌍하다. 남자들은 좋아하는 장르인데 여성 관객들이 어떻게 봐 주실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영화 '무적자'(감독 송해성) 주연배우 송승헌. '무적자'는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영화. 연합

-액션은 어땠나. 홍콩 느와르 액션은 '쇼'적인 측면이 강하다. 반면 한국 액션은 사실성이 강조된다.

"특수 촬영을 하고 비주얼 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는 건 송해성 감독의 스타일이 아니다. 카메라 워킹 같은 기교를 사용해서 찍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찍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송 감독님이 2009년 4월 봄 초여름, 시나리오를 쓰는데 기다려 달라고 했다. 우리 둘은 '카라'(1999)라는 영화로 처음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인연이 있다. 언제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복수전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카라'의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다.) 기존에 내가 한 역할은 비련의 여주인공을 사랑하고 가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답답한 역할이 많았다. 정말 내가 봐도 '지지리 궁상맞다'고 할 정도로. 그런데 이번 이영훈은 달랐다. 진모 형이 무거운 짐을 진 역할이고 나는 거기서 한 발 빠진 역할이었다. '이거라면 혼자 신 나게 뛰어놀 수 있겠다. 후반에는 다리를 저는 망가진 모습도 나오고 색다르다. 통쾌할 것 같다'는 심정이었다. 찍으면서도 신났다."

송승헌은 '무적자'에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부산의 무기밀매조직에서 일하는 의리파 이영춘 역을 연기했다.

▶'망가진' 모습 위해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고, 씻지도 머리 감지도 않아

-느와르 장르를 선호하는 편인가?

"최근 영화 '숙명', MBC '에덴의 동쪽' 까지 내리 3편을 조직 폭력배로 출연했다. 많은 팬이 '무적자' 출연을 극구 반대한 것도 사실이다. '왜 또 조직이냐? 밝고 부드러운 걸로 가자.' (웃음) '가을 동화' 준서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멋진 남자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데뷔하고 계속 그런 작품을 하면 이미지가 굳어질 것 같아서 서른 넘어가선 다른 작품을 골랐던 거다."

-'아저씨'의 원빈이나 '의형제'의 강동원도 비슷하게 '꽃미남' 이미지를 벗으려고 한다.

"그 친구들은 정말 예쁘게 생겼다. 나는 꽃미남은 아닌 것 같다. (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고정된 이미지를 벗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극 중반 내가 다치고 망가진 후 3년이 흐른 것을 표현해야 했는데 감독님이 내 얼굴을 보고 도저히 못 찍겠다고 하더니 촬영을 중단했다. '나는 그 잘나가던 조직원 이영춘이 3년 후에 망가져서 나온 걸 보고 관객들이 울었으면 좋겠다'며 달라진 눈빛을 원했다. 5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술도 많이 마시고 살도 찌고, 씻지도 말고, 머리도 감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설경구, 최민식 선배는 다 그런다는 거다. 다른 배우들은 다 촬영하는데 나만 20일 가까이 쉬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짜증도 나고 감독님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감독님을 이해하게 됐다."

그는 배우들을 '연기파'와 '비주얼파'로 나누는 세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2008년도 MBC 연기대상에서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 김명민과 공동으로 대상을 받아 '나눠 먹기' 논란에 휘말렸다.

"나는 배우마다 가진 색깔이 있고 그릇이 있다고 본다. 처음 연기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니로를 꼽는다. 장동건 형이 잘생겼다고 연기를 못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이분법적으로 나눈다. 답답하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려면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 동건 형이나 (이)병헌이 형처럼 비주얼로 시작해서 연기파로 넘어간 선배들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그래서 '무적자'를 선택한거다."

-'원조 몸짱' 스타다. 영화에서도 몸매가 살짝 나오나?

"그런 건 없다. 운동은 배우에겐 일인 것 같다. 사람들은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의 일상 모습이 담긴 파파라치 사진이 나오면 실망하잖는가? 사람이니까 나이 먹는 게 당연한데 자기가 좋아하던 배우가 늙으면 실망하고 아파한다. (나도)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항상 청춘스타일 수는 없는데…. 할리우드 배우들이 50~60세가 돼도 멜로 연기를 하는 건 부럽다."

-내년 초 MBC '마이 프린세스'로 김태희와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김태희는 이번에 '그랑프리'로 맞붙게 됐는데.

"7일 그랑프리 시사회가 있고 우리가 8일이다. 서로 품앗이하기로 했다."

송승헌은 '무적자'에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부산의 무기밀매조직에서 일하는 의리파 이영춘 역을 연기했다. 연합

▶손담비 열애설? "가십 기사 싫어"

-TV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하지 않는지?

"기술 시사회를 하고 진모 형, 강우 씨, 한선 씨, 그리고 감독님까지 모여서 아침 9시까지 술을 마셨다. 그때 진모 형이 '황금어장-무르팍 도사'(MBC)에 나갈 테니 너희는 어디 어디에 나가라고 정해줬다. 나는 '김정은의 초콜릿'(SBS)이 배당됐다. 8일 녹화인데 거기서 부를 노래 2곡이 아직 안 정해졌다. 무조건 라이브를 해야 한다는데 걱정이다."

-가수 손담비와의 열애설에 대해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는데.

"그 얘기는 진짜 하기 싫다. 또 그것만 부각되고 화제가 되니까."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가수 빅토리아가 이상형으로 꼽았다.
"좋지, 어린 아이돌이 좋아해주는데. 시사회에 꼭 초대하고 싶다."

-올해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절친 연정훈의 부인 한가인을 이상형으로 꼽았는데.
"에이, 농담으로 한건데. 이번에 한가인·연정훈 부부가 시사회에 온다고 했다."

-한국 팬보다 일본 팬을 우선시한다는 비판 기사가 났다. '무적자' 관련해 국내 매체 인터뷰는 적게 하고 일본에서 11월에 개봉하는 '고스트'라는 영화를 벌써 홍보하느라 바쁘다는 내용이었다.

"매체가 워낙 많아서 전부 다 인터뷰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고, 인터뷰를 많이 해도 영화 이야기 보다는 영화 외적인 이야기(사생활, 스캔들)가 더 이슈가 되고…. 그래서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 매체에 대해 굉장히 아쉽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가십이 이슈가 되면 오해를 부른다. 매니저에게 '이럴 바엔 차라리 인터뷰를 전부다 안 하면 안돼?'라고 어린애 같이 투정을 한 적도 있다. 언론은 힘이 있잖는가? 우리는 약자이고."

-대부분의 한류스타들이 일본에서 더 자주 팬 미팅을 하는 건 사실이다.

"한류라고 하면 '거품'이라면서 우리 스스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영화 '고스트'를 찍으면서 그 곳 관계자들이 한 말이 있는데, 그들도 한국 영화, 드라마에 밀린다는 걸 안다는 거다. 자기들은 후퇴한다는 거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일본 팬에게 받은 편지 내용 중에는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고 살아왔지만 당신의 작품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한국도 매년 찾는다. 한국을 알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하고, 당신도 그런 자신의 능력에 감사해야 한다'는 게 있었다. 별생각 없이 연기를 해왔는데 '저들에게 내가 감동을 주고 있었구나. 한국을 알리고 있었구나!' 하는 책임감이 커졌다."

끝으로 그는 "한국을 알리는 데 문화적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할리우드라는 미국 영화 산업이 세계 최고이지 않은가? 백인을 보면 한국인 대부분이 '미국 사람'이라고 한다. 그만큼 문화 산업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거다. 아시아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한국이 최고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정작 국내에선 그걸 거품이라고 금방 깨질 거라고 자조하는 게 아쉽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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