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북스/커버스토리] 김소연, “사흘 굶다 쓰러져보니…” 슈퍼모델 김소연, 다이어트홀릭에 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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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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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데뷔 초기, 예뻐보이려는 욕심에 사흘간 굶다 쓰러진 후 \'건강한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슈퍼모델 김소연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모델 데뷔 초기, 예뻐보이려는 욕심에 사흘간 굶다 쓰러진 후 \'건강한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슈퍼모델 김소연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굶기, 약물 복용… 극단적 다이어트의 폐해
● 다이어트홀릭, 체중계에 오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
● 경과는 느려도 '착한 다이어트'가 대세 될 것

"삼일을 꼬박 굶었다. CF 촬영에서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니느라, 또 일하느라 지친 몸을 더 혹사시킨 것이다. 키 178cm에 몸무게 52kg. 촬영장에서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누군가가 입 안에 먹을 것을 흘려 넣었다. 뭔지도 모르는 이 음식이 세포 하나하나를 살리고 온 몸에 피가 통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창백한 손가락 끝에까지 에너지가 도는 듯했다. 그제서야 '내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했나'하고 후회했다."

슈퍼모델 김소연 씨(32)가 모델 활동 초기인 고등학교 시절 직접 경험한 일이다. 그는 1995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슈퍼엘리트모델대회에 참가,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전문 모델로 활동해 왔다. 탤런트 및 CF모델로도 활약했다. 또 최근까지 한국방송예술진흥원 모델학부 전임교수로 재직하기도 한 그는 "다이어트의 폐해를 일찍이 경험한 덕에 건강을 지키면서 몸을 가꾸는 방법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만난 그는 결혼식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10일 동갑내기 사업가 오상희 씨와 결혼하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일까. 새댁 특유의 행복한 표정 때문에 얼굴이 '자체 발광'하는 듯했지만 그는 "여행 내내 리조트에서 머물면서 먹고 자고 쉬느라 살이 많이 붙었다"고 하소연했다.

체형적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갖춘 그조차도 끊임없이 몸매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니…. 다이어트는 현대인의 숙명 같은 존재일까?
'산소다이어트'를 주장하는 김소연 씨는 다이어트 목표 기간을 길게 잡고 체중계를 멀리하며 생활 속에서 많이 움직일 것을 강조했다.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산소다이어트'를 주장하는 김소연 씨는 다이어트 목표 기간을 길게 잡고 체중계를 멀리하며 생활 속에서 많이 움직일 것을 강조했다.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생활밀착형 다이어트란

김 씨는 최근 '루나클리닉'을 운영하는 비만치료전문의 황지현 원장, 푸드 스타일링 및 영양 전문가인 '하우웰푸드' 정경 대표와 함께 다이어트책 '나는 산소로 다이어트한다(더난출판)'를 펴냈다. '산소다이어트'라는 대명제 하에 의학, 식품, 운동 전문가가 각자의 임상적, 이론적 경험을 묶어 펴낸 책이다. 김 씨는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데 이어 올해 초 인도의 요가 성지, 리시캐시에서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트레이닝 전문가다.

"주부 신분으로 바뀐 이후 지금까지 밥을 다섯 끼쯤 지어봤는데 벌써부터 왜 우리나라 엄마들이 쉽게 살이 찌고 또 잘 빠지지 않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부터도 남은 반찬이 아까워 먹어치워 버리게 되거든요. 결혼 전후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을 핑계로 운동을 조금 게을리 했더니 벌써부터 군살이 붙는 것 같고요."

그가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내용 역시 보통 사람들을 위한 '생활밀착형' 다이어트다. 기존의 다이어트법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일까.

- '산소 다이어트'란 말이 좀 생소한데요.
"산소 다이어트는 우리 몸이 산소를 사용하면서 생긴 노폐물, '프리라디칼'을 없애주는 다이어트법이예요. 과도한 활성산소가 노화를 촉진하는 것을 막고, 체지방 분해와 배출을 도와줌으로서 몸무게를 줄인다는 이론이죠. 이를 위해 자신에게 맞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항산화 지수가 높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산소다이어트의 핵심이에요,"

- 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이어트에 바싹 매달리던 때 4개월간 하루 일과를 운동에 맞춰 짜 본 적이 있어요. 하루에 실제로 운동을 하는 것은 2¤3시간이었지만 먹는 것과 하루 동선 등을 트레이너가 짜준 프로그램에 맞춘 거죠. 이렇게 하니까 건강하게, 또 금세 살을 뺄 수 있었지만 저야 특수 직업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 일반인들이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 스스로 열량 소모량을 늘여 쉽게 살 빠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필자들이 의기투합했어요."

그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법일수록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뻔한 조언인 듯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단기간에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무리한 방법을 선호한다는 것.

"우리 몸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약물이나 원푸드다이어트로 살을 빼면 요요현상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스트레스가 폭식증이나 거식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비만클리닉을 찾아 무조건 식욕을 조절하는 약물과 체내 수분을 없애는 이뇨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역시 빠른 시간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공동 저자인 황지현 원장은 책에서 "이 약들은 약물의 오남용을 유발하고 '다이어트홀릭'들을 만들어낸다"며 △식욕억제제는 피로감, 신경질, 수면 장애와 약물 중독, 금단 증상을 △이뇨제는 신장 기능을 감퇴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그러고 보니 운동 중독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마돈나도 화장을 지우니 주름이 장난 아니던데요.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보통 운동량부터 늘리는데 자기 몸에 비해 과한 운동 강도와 시간 때문에 프리라디칼이 발생해요. 또 체중이 줄어들면 피하지방층이 노화가 일어날 때처럼 얇아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나이가 더 들어보이게 되죠."

▶ '착한 다이어트' 과연 효과 있을까
그는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통해 소개한 스트레칭법도 이런 이론에 기반을 둔 것. 그는 특히 어깨 긴장을 풀어 오십견을 방지하는 '엎드려 몸통 들어올리기'를 '강추'했다.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누운 뒤 오른손은 몸과 직각이 되게 옆으로 뻗고 왼 손으로 왼 발목을 잡고 오른쪽으로 몸통을 들어 올리는 운동. 좌후 4회씩만 반복해도 온몸이 시원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책은 굶거나 식사량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배고픈 다이어트'를 경계하며 항산화 물질을 다량 함유한 브로콜리, 시금치, 양배추, 검은콩, 당근, 토마토, 두부, 포도 등의 자연식품과 그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위적인 약물 복용을 끊고 건강식과 무리 없는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다…. '착한 다이어트'임에는 분명해 보이지만 그 만큼 밋밋하고 '공자 말씀'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책에는 '한 방'이라고 할 수 있는 비법은 없어요.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갖가지 다이어트 방법을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한 2010년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만해도 이제 무슨 다이어트로 얼마 만에 몇 킬로그램을 뺐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작용은 뭔데?'라고 물어보게 되거든요. 약 10여 년간 난립한 여러 다이어트 이론들을 체험하고 이제 많이 현명해진 독자들이라면 좀 느리더라도 제대로 찾아가는 방법을 찾을 것 같아요."
최근 컴백하면서 '바나나 다이어트'로 6kg 이상을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가수 서인영. 김소연 씨는 그러나 스타들의 '원푸드 다이어트'는 일반인들에겐 무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최근 컴백하면서 '바나나 다이어트'로 6kg 이상을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가수 서인영. 김소연 씨는 그러나 스타들의 '원푸드 다이어트'는 일반인들에겐 무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완벽한 몸매 유지 비결, 모델들의 다이어트

사실 김 씨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은 '축복받은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들의 다이어트법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 서른이 넘어서까지 현역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라면 모델들만의 다이어트 시크릿을 꿰고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남들의 기대치 때문에 모델들의 다이어트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나라에선 극단적인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10대 중후반의 어린 모델이 다이어트 스트레스로 인한 중압감으로 거식증에 걸려 숨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 곳이 모델계다.

- 모델들의 다이어트법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상당히 오랫동안 뻥튀기 다이어트가 유행했어요. 물과 뻥튀기만 먹는 건데 건강에 좋을 리 없죠. 성격 좋기로 유명한 모델 선배 언니가 2주간 이 다이어트를 하다가 점점 히스테릭해지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도 동료의 권유로 양파즙만 마시고 운동한 적이 있어요. 목살이 쏙 빠진다는 말에…. 하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모델들은 아직 굶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기도 하는데요, 예전에 비하면 먹을 건 먹고 적절한 운동으로 살을 빼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요."

- 다이어트로 인한 폐해 때문에 해외 패션계에서는 '말라깽이 모델' 퇴출 붐도 일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마른 모델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마저 슬쩍 다시 마른 모델들을 기용하고 있고요. 요즘 패션 트렌드가 스키니함을 강조하다보니 남자모델들조차 깡마른 친구들이 많이 활동하는 것 같아요."

- 일반인보다 훨씬 마른 모델들도 다이어트 목적의 운동을 해야 하나요.
"30대에 접어들면 모델들이나 일반인이나 어떤 다이어트를 하든 운동과 병행해야 하지만 어린 모델들이라면 열량 소모 목적으로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어요. 그 만큼 활동량이 많기 때문이죠. 런웨이가 20m라고 가정하고 옷을 다섯 번씩 갈아입고 리허설을 두 번씩 한다고 쳐도 쇼 하나마다 2km는 족히 걷게 되는 셈이거든요. 그런데도 굶는 것으로 체중감량을 한다면 쓰러지기 딱 좋겠죠. 저는 학생들에게도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6시 이후엔 먹지 않는 정도는 좋지만 절대로 굶지는 말라고 강조해요."

- 거식증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나요.
"저는 폭식증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심하게 굶다가 한꺼번에 먹어버리는 거죠. 한 두달만에 6kg이 찐 적도 있어요. 원푸드 다이어트도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인데 결국 10여년 만에 얻은 결론은 적절한 음식과 운동을 통해 다이어트를 습관화하자는 것이었어요."

최근 가수 서인영은 바나나 다이어트로 몰라지게 달라진 얼굴선을 자랑했고 글래머 모델 제시카 고메즈는 김치와 스무디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했다. 모델 이파니는 'S라인'을 유지하는 비결로 다크 초콜릿을 꼽기도 했다. 몸매 좋은 유명인들의 '원푸드 다이어트'는 파급력도 크다. 이에 대한 김 씨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다 몸에 이로울 수 있는 음식들이겠죠. 하지만 연예인이나 모델들은 트레이너나 영양사 등 전문가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기 몸에 맞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일반인들이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큰 코 다치게 마련이죠. 원푸드 다이어트를 소개하는 책에서도 큰 제목 밑에는 부작용과 조심해야 할 점들을 적어놓는데 다이어트 효과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런 문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죠."

김 씨는 책을 통해 △다이어트의 목표 기간을 길게 잡고 △ 체중계를 멀리 하며 △될수록 생활 속에서 많이 움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세 가지를 내세우게 된 이유와 실천 방법은 뭘까.

"다이어트 기간을 6개월 이상 길게 잡아야 스트레스를 덜 받거든요. 보통 식욕에 못 이겨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포기하고, 그에 대한 보상 심리로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데 다이어트 목표 기간이 길수록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를 갖게 되거든요. 또 체지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이 아니라면 체중계에 자주 오르는 것이 의미가 없어요. 저만해도 몸무게를 재는 시간대, 전날 먹은 음식, 배변 여부에 따라 0.5~2kg까지 차이가 나거든요. 다이어트는 마라톤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최근 언론에 소개돼 관심을 끈 다이어트 키워드 중에 '니트(NEAT) 다이어트'가 있다. '비운동 활동 열발생(Non 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의 약자로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임으로써 칼로리를 소모하는 방법이다. '평상시 많이 움직이라'는 김 씨의 조언도 '니트 다이어트'와 잘 통한다. 스스로는 어떻게 이를 실천하고 있을까.

"몸이 좀 무겁다 싶을 때면 과감히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해요. 일단은 올라가기보다 훨씬 쉬운 내려가기부터 실천해보세요. 너무 어려워 보이지 않아야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배를 집어넣은 상태로 근육에 긴장을 주는 것도 좋죠. 사실 모델학과 학생들마저 처음 입학해 바른 자세를 잡는 데만 몇 달이 걸리지만 자세 역시 습관이거든요."

김 씨는 강의하던 학교에 최근 사직서를 냈다. 새 책 준비 등의 개인적 프로젝트 때문이다. 당분간 '주부 김소연'이라는 역할 비중이 늘어날 그는 모델들 사이에서는 그저 알음알음 입으로만 전해 내려오는 30대 이후 건강 관리법이나 산후 몸매 관리법에 대한 노하우를 엮어볼 생각도 갖고 있다. 이 역시 '지속가능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이미숙 씨나 장미희 씨처럼 중년이 넘어서도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간직한 분들이 있잖아요. 나이가 들면서도 '가볍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더 찾아보고 싶어요."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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