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스오프’가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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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안면전체이식 환자
수술 4개월만에 새 얼굴 공개

5년전 총기사고로 얼굴잃어… 뇌사자 얼굴 기증 받아 새삶

아직 자유롭게 말하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그는 매우 행복한 듯했다.

세계 최초의 안면전체 이식자인 오스카르 씨(31)가 수술 후 4개월 만인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발데브론 대학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오스카르 씨는 “이 자리에 서게 돼 매우 기쁘다. 아낌없이 지원해준 병원 관계자들과 의료진, 얼굴 기증자 가족, 내 가족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과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유럽 언론들이 전했다.

농부였던 오스카르 씨는 2005년 총기오발 사고로 얼굴 대부분을 상실해 밥을 못 먹고 말을 못 하는 것은 물론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야 했다. 5년간 9번에 걸쳐 부분적으로 얼굴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3월 발데브론 대학병원 측은 그에게 광대뼈, 피부조직, 얼굴 근육, 피부, 치아, 구개, 코, 입술, 턱뼈, 눈꺼풀 등을 한꺼번에 옮기는 전면 이식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주치의 호안 페레 바레트 씨 등 30명의 의료진이 24시간에 걸쳐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기증자의 얼굴을 떼어내 오스카르 씨에게 옮기는 수술을 실시했다. 수술은 기증자의 피부 밑 지방과 근육, 연골, 동맥, 정맥 등까지 함께 들어낸 뒤 오스카르 씨의 두개골에 덮고 알맞게 조절한 후 제자리에 꿰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그는 이식받은 피부에서 수염이 나 면도를 하고 있으며 피부 자극을 감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많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물을 마실 수 있게 됐고 두 달 전부터는 말도 할 수 있게 됐다. 의료진은 “오스카르 씨가 평생 이식 거부반응 치료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얼굴 기능의 90%까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얼굴의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안면 부분이식 수술은 2005년 개한테 물린 프랑스 여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2명에게 이뤄졌고 프랑스와 스페인, 미국, 중국에서도 성공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안면 전체이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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