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투자 애쓰는데…” 대기업 ‘화답’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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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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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기업 이름까지 거명하며 대기업의 ‘과실(果實)’ 독식 문제를 연일 질타하자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특별조사에 들어갔고 정운찬 국무총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기업 비판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발언이 구체적인 대기업 압박 정책으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기업, “노력하고 있는데…”

대기업들은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 릴레이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내놓을 대책이 없다”며 고심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상생 협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내놓을 만한 대책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직 가시적인 것은 없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서 투자, 상생 등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실은 1차 협력업체들이 소규모 하청업체를 후려치는 일이 더 많은데도 화살은 대기업으로만 돌아온다”면서 “대기업이 투자와 혁신을 통해 거둔 성과마저 마치 하청업체를 쪼아서 낸 실적처럼 왜곡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캐피털 업체의 고금리 문제를 지적했던 롯데캐피탈과 롯데그룹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리는 캐피털 업계 전체가 결정하는 문제인데 하나의 사례로 거론돼 당혹스럽다”며 “당시 처음 언급됐던 금리는 대부업체와 혼동해 잘못 전달된 것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캐피탈도 자체적으로 문제점이 있는지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당장 개별 회사 차원에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투자 미진에 대한 질타에는 대기업 대부분이 ‘세종시나 미소금융 등 다방면에서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600대 기업이 올해 투자하기로 한 103조 원의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사상 최대인 15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LG그룹의 경우 상반기에 8조 원을 집행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이 오히려 기업의 경영 전략에 영향을 주거나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기업의 경영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전경련, 협력업체 실태조사 나서

전경련은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 모델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실태, 제품군별 영업이익률, 2차 및 3차 협력업체들의 애로사항,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등이 조사대상이다.

전경련은 대기업이 주로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상장사 평균치를 상회해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대부분 2차, 3차 협력업체라는 것. 전제경 전경련 홍보실장은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들에 ‘2차, 3차 협력업체에도 이윤을 더 돌려주라’고 하면 자칫 경영 개입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난감해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상생 모델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들, “제도적 뒷받침 해달라”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다행이라면서도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무엇보다 납품단가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대답한 업체가 44.2%에 달했다. 이는 경기가 더 나빴던 2008년 10월∼2009년 4월에 응답자의 80.5%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일부라도 납품 단가에 반영됐다’고 밝힌 것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투자와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그 혜택이 2차, 3차 협력사에까지 미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협력 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검토

지식경제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과 관련해 1차 협력업체와 관계가 좋은 대기업들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2, 3차 협력업체들에도 전파하며 우수 실천기업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경부 측은 “최근 대기업-1차 벤더(협력업체) 간 하도급 문제는 많이 개선됐지만 2, 3차 벤더 쪽 고충은 여전해서 문제”라며 “공정위가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지경부에서는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상생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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