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일본 정통면 전문점 ‘하코야’ 서울 청담점 이정섭 씨

동아일보 입력 2010-07-22 03:00수정 2010-07-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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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오자, 마침내 굴러갔다”
10년 동안 재무설계사로 일하다 창업한 이정섭 씨는 아내의 동의 없이 가게를 열었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성공적인 점주로 변신했다. 이 씨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창업했던 것이 실패의 요인이었다”며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부부가 반드시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퇴사 후 창업할 때 배우자 동의를 얻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할 경우에는 배우자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배우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한 뒤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10년 경력의 재무설계사 이정섭 씨(42) 역시 아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했다가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고 폐점까지 고려한 경우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아내를 설득해 사업에 동참시킨 뒤부터 상황이 달라져 이제 투자금 1억7000만 원을 회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 아내 반대 무릅쓰고 창업 3개월 만에 폐점까지 고려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이 씨는 2009년 4월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 해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일본 정통면 전문점 ‘하코야’를 차렸다. 하지만 아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이 씨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원하는 아내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무작정 창업하게 됐다”며 “아내 없이 종업원만으로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43m²(약 13평)의 소규모 매장이었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한 탓에 아내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개점 초기에는 하루 평균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성공하는 듯했지만 3개월이 지나면서 매출이 서서히 떨어졌다. 하루 매출이 30만 원까지 낮아졌다. 매출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이 씨를 향한 아내의 성토도 이어졌다. 창업을 반대해 왔던 아내는 매출이 부진하자 폐점한 후 재취업을 권하기도 했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긴 이 씨는 6개월 더 운영해 보고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아내 말대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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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의 불화가 서비스 관리 부실로 이어져

6개월의 시간을 번 이 씨는 가게의 문제점을 분석해 봤지만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가맹 본사에 도움을 청해 컨설팅을 받았다. 이 씨는 “전문 컨설팅을 해 보니 원인이 ‘나와 아내’라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창업 후 3개월 동안 이 씨가 한 일은 카운터에 앉아서 직원들에게 잔소리하고 고객들에게서 돈 받는 일이 전부였던 것. 단골을 만들어야 하는 홀 서비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아내가 매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씨가 카운터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매장 업무를 익힐 수도 없었다. 아내와 갈등이 커지다 보니 직원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돼 3개월 동안 종업원이 10명이나 바뀐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씨의 임기응변식 대처가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낮춰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 아내의 참여로 인건비 절감과 서비스 질 개선

이 씨가 본사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바꾼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이 씨는 창업 이후 관계가 악화됐던 아내에게 아침운동을 제안했고 운동을 함께하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대화로 아내를 설득해 협조를 얻어낸 뒤 이 씨는 주방 업무부터 서비스까지 매장 업무를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습하기로 했다. 아내가 카운터 업무를 전담하기로 하면서 다른 업무를 볼 여력이 생긴 것.

매장 업무를 전담하는 동안 아내가 직원 관리에 신경 쓴 덕에 이직하는 직원도 없어졌다. 직원이 4명에서 3명으로 줄면서 인건비를 월 150만 원 절약할 수 있었다.

아내가 합류한 이후 손님을 맞는 서비스도 나아졌다. 이 씨와 아내는 1월부터 매장 앞을 지나는 사람한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고객들도 이 씨에게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고 단골이 됐다. 이 씨는 저녁에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재무컨설팅 경험을 살려 재무 상담을 해 주기도 했다. 저녁 매출이 늘면서 매출 구조도 달라졌다. 점심에만 몰리던 손님이 저녁에도 들면서 저녁 매출이 점심 매출을 앞지른 것. 현재 이 씨 매장의 매출 비율은 점심시간 40%, 저녁시간 60% 수준이다.

이 씨는 “현재 우리 매장은 점포 구입비와 개설 비용으로 1억7000만 원(점포구입비 1억500만 원, 개설비 6500만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상태라면 8개월 정도 지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투자비가 회수되는 대로 아내와 함께 매장 한 곳을 더 꾸려나갈 계획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전문가 조언

규모가 작은 생계형 외식업은 직원 이직이 잦고 인건비 비중이 커 가족의 지원과 협조가 중요하다. 이정섭 씨의 경우도 매장 규모가 작은 편이고, 일본 정통면 전문점은 노동집약적인 업종이라 부부창업 형태가 알맞다.

초기에는 창업을 반대하는 아내의 외면으로 가족의 협조를 얻지 못했지만 현재는 아내가 카운터와 홀 업무를, 이 씨가 주방, 식자재, 직원 관리, 설거지를 맡아 업무분담을 하면서 하루 평균 30만 원이던 매출을 100만 원대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투자 및 매장규모를 감안할 때 현재의 매출은 상위에 속하지만 현 상태에 만족하기보다는 매출 목표를 20% 정도 높여서 세우고 도전의식과 적극성으로 무장한다면 매장 경영이 더 개선될 수 있다.

이 씨 매장은 음식점이지만 상권의 특성상 저녁 매출이 점심 매출보다 높다. 저녁에는 오랜 시간 머물면서 느긋하게 술 한잔을 기울이는 직장인 고객이 많은 만큼 일식 전문 주점 수준의 안주를 보강해야 한다. 가격대는 1만 원대에서 2만5000원 정도가 적당하다. 현재는 단골 위주로 매장을 꾸리고 있는데 맛집을 찾는 마니아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청담동이면서 강남 주요 역세권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강남에서 맛있는 집’이라는 키워드로 블로그와 전단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면 매출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매장 건너편에 위치한 상아아파트 주민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매장을 찾는 아파트 주민이 적지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고객관리를 하면 향후 주말 매출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단으로 홍보하고, 장기적으로 맛에 대한 입소문 마케팅을 펼치면 효과가 높다. 이처럼 공격적인 전략으로 추가적인 고객이 확보되면 하루 130만∼150만 원까지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업무분담을 통해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매장을 비우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장기근속할 수 있는 직원을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또 역세권이 아니고 주택가와 오피스가 혼재한 상권에 있으므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중간에 2시간(오후 3∼5시) 정도의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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