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회’ 중심 비공식 사찰라인 의혹… 우연인가 비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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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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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보의 지난해 7월 21일자 A9면 기사(위)와 지난해 10월 16일자 A5면 기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보의 지난해 7월 21일자 A9면 기사(위)와 지난해 10월 16일자 A5면 기사.
말 많았던 특수 사정조직
영덕 출신 이인규 지원관
포항 출신 靑비서관에 보고說
사찰外 인사검증 맡기도

영포회가 뭐기에
정권출범후 “예산 막 내려와”
野, 특혜 증거는 제시못해
실 체 관계없이 정치적 논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사건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총리실의 특수한 기구가 청와대 비선조직처럼 운용되면서 민간인을 상대로 탈법적인 수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구시대를 연상시키는 데다 그 조직의 책임자가 대통령과 동향 출신 공직자들의 사적 모임 회원이란 점에서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예고됐던 ‘특수 사정조직’의 폐해

민주당 신건 이성남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2급)이 2008년 9월∼2009년 3월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은행 용역업체 대표 김모 씨를 내사했고 압수수색영장 없이 김 씨 회사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으며 은행 부행장에게 김 씨와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규정상 조사 대상이 공무원에 국한돼 있어 민간인을 임의로 조사하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영장주의를 위배한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라는 게 두 의원의 지적이다.

특히 이 지원관은 평소 활동내용을 직속 상관인 국무총리실장이 아니라 청와대에 직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고를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 지원관과 이 비서관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경북 영덕 출신인 이 지원관은 행정고시 출신의 노동부 공무원이며 포항 출신인 이 비서관은 노동계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때 역시 포항 출신인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주도하던 ‘선진연대’에서 활동하다 정권 출범과 함께 대통령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 지원관의 총리실 입성도 이 비서관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 인사 검증에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2008년 ‘촛불 사태’ 직후에는 인사검증을 하려 해도 검찰과 경찰이 잘 움직이지 않아 민정수석실 기능이 일시적으로 위축됐다. 이때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인사 검증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 지원관실의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경종이 울렸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7월과 10월 지원관실의 지휘 및 보고체계의 문제점 등을 추적해 기획기사로 보도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 정무위 국정감사 때 신건 의원이 “이 지원관이 조사 내용을 이 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비선이란 얘기”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 영포게이트의 실체는?

현재 야권이 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을 ‘영포 게이트’로 몰고 가는 이유는 이 지원관과 이 비서관이 모두 영포회 멤버인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포회는 1980년 경북 영일군과 포항(영일과 포항은 1995년 포항시로 통폐합) 출신 중앙부처(산하기관 포함) 5급 이상 공무원들의 친목 모임으로 출발했다. 그 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법조계, 재계 등 각 분야에 포진해 있는 지역 출신 인사들도 합류했다. 회원은 12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포회가 정치권에 본격적인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명박 정권 출범 원년인 2008년 11월이었다.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영포회 송년 모임에서 박승호 당시 포항시장은 “이렇게 물 좋을 때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고 했고, 최영만 당시 포항시의회 의장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시의원과 도의원을 하다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은 “속된 말로 동해안에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포회 측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인규 지원관은 영덕군 출신이어서 정식 회원이 아니다. 또 영포회는 중앙부처 근무 행정공무원의 모임이므로 선거캠프 출신인 해당 비서관(이영호 비서관) 역시 회원이 아니다”며 “영포회는 230개에 이르는 각 지방 출신 공직자 모임의 하나일 뿐이며 현재 회장도 공석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영포회를 5공 시절 하나회를 비롯해 과거 정권 시절 횡포를 부리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사라진 사조직들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영포회가 현 정부 출범 후 실제로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권력형 비리나 전횡에 개입됐는지 등에 대해선 민주당도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야당의 영포 게이트 공세는 민간인 사찰 파문과는 별개로 실체 없는 정치공세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최고 권력자와의 지연, 학연’을 고리로 한 네트워크들이 과거 정권에서 빚은 폐해에 대해 여론이 등을 돌렸던 점에 비춰볼 때 영포 게이트는 실체와 관계없이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커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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