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8강 실패는 실력 아닌 운명의 장난

동아일보 입력 2010-07-02 20:18수정 2010-07-0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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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에서 체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 더 큰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을 끝으로 탈락한 아시아 팀들은 체격이 작아 고통 받았다기보다는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서 겪은 비운 탓에 힘들어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우루과이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 선수들보다 더 멋진 플레이를 했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힘겹게 얻은 이청용의 골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는 것은 '패할 운명'이었음을 증명한다.

한국이 탈락한 뒤 일본은 아시아 대륙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다섯 팀이 탈락하고 유일하게 남은 가나도 마찬가지다. 언론들은 일본과 가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체를 대표한다며 부담을 지웠다.

지난달 29일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은 실망스러웠다. 일본과 파라과이는 이길 자격이 없었다. 한국과 같은 투지가 없었다. 과감하게 공격하지도 않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만든 가장 추악한 발명품 '승부차기 로또'에 의해 승부지어지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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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기에서 한 사람이 역적이 됐다. 사실 필자는 일본의 고마노 유이치가 페널티킥을 실수할 때까지 그 선수를 거의 주목하지 못했다. 그는 120분간 사무라이처럼 수비라인을 지켰다. 뛰어난 플레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허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제야 난 그를 알게 됐다. 그는 선수생명을 끝낼 수 있는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5년 전 무릎부상을 당했고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눈병에 걸리기도 했다.

고마노는 실축을 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는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일본 국민 전체를 해가 뜰 때까지 깨어 있게 한 주역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운명이 그를 역적으로 만들었다. 6.16cm인 크로스바를 코마노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무릎을 꿇었고 흐느꼈다. 그의 불운으로 일본도 탈락했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조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바조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브라질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 바조는 '월드컵을 놓친 역적'으로 낙인 찍혔다. 바조는 그 실망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진 승승장구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고마노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아시아 사람들이 명예 실추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으로 볼 때 고마노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고마노는 승부차기의 희생양이 됐다.

아시아인들은 수십 년간 "유럽 팀과 경쟁하기에 신체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해왔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집요하고 빠른 플레이로 태극전사들이 경기를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그게 해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나 리오넬 메시 같은 천재로 태어나야 한다. 그런 천재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도 아시아는 또 운이 없다.

체격 면에서 브라질은 확연하게 변했다. 브라질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체격이 가장 큰 독일, 덴마크, 나이지리아 선수들과 비슷했다. 차이라면 브라질은 기술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브라질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활동한다. 그곳에서 육중한 신체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파워도 키웠다.

이렇게 좋은 조건임에도 둥가 브라질 감독은 지키며 골을 넣는 재미없는 실리 축구로 승리만을 꾀하고 있다. 최소한 브라질이라면 멋지고 재밌는 축구로 이기는 게 데 초점을 둬야하지 않을까.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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