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소지섭 “‘로드 넘버원’ 아직 안 끝났다!”

  • Array
  • 입력 2010년 6월 30일 14시 38분


코멘트
사진 제공 51K
사진 제공 51K

"캐스팅 비화요? 김진민 감독님은 매일 소머리 국밥을 드셨다고 해요. 농담처럼 '너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 안 하려고 했다'고. 그 얘기를 듣고 한참 웃었어요."

배우 소지섭(33)이 6·25전쟁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그린 MBC '로드 넘버원'(극본 한지훈, 연출 이장수ㆍ김진민)에서 주인공 이장우로 출연하게 계기를 밝혔다. 하사관 출신 장교인 이장우는 윤삼수(최민수)에 이어 육군 2중대 중대장을 맡아 '백전백승'을 이끄는 전쟁 영웅이자 평생 단 한 사람 김수연(김하늘)만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다.

"장우가 한 여자를 자기 목숨보다 더 처절하게 사랑하잖아요. 거기에 제일 끌렸어요.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조건 같은 게 우선시 되니까. 내 마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6월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상당히 솔직한 남자였다. 자기 자신을 포장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았다. 또한 배우로서의 약점과 한계도 잘 알고 있었다.

사진 제공 51K
사진 제공 51K


▶ 수연을 향한 장우의 질긴 사랑, 내 생각은…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KBS '전우'가 최수종 휘하 부대원 9명의 뜨거운 전우애에 집중한다면, '로드 넘버원'은 전쟁과 멜로가 뒤섞인 구조다. 두 드라마의 첫 방송 시청률은 '전우' 16.1%, '로드 넘버 원' 9.1%(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이다.

- 1,2회 시청률이 10% 내외로 저조한 편입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다 끝났다고 보진 않아요. 1, 2회만 방송된 시점에서 전체를 판단하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얘기죠."

- 수연과의 멜로 신에 대해 '한쪽에선 죽느냐 사느냐 전쟁을 치르는데, 다른 한쪽에선 한가하게 사랑 놀음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찍을 땐 괜찮았어요. 방송 보고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오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장우는 빨치산 토벌을 하면서 전쟁에 대해 이미 매우 잘 알고 있어서 그걸 또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계속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장우를 영웅으로만 그리곤 싶진 않았습니다."

-장우는 수연을 왜 그렇게 사랑하는 걸까요?

"나중에 어머니를 닮았다고 얘기해요."

- 여자로서 바라본 장우는 너무 끈적끈적하다고 할까, 어릴 때부터 여자친구 목욕하는 걸 엿보고, 누드 스케치하고…. 오히려 연적 신태호(윤계상)에 더 끌리던데. 장우가 이해되던가요?

"처음에는 이장수 감독께 심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그 분이 원래 뭐든 극대화하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멜로도 마찬가지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장우의 그런 면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이 감독님은 슬픈 장면을 모니터링 하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그런 분입니다."

- KBS '전우'와 비교해 본다면?

"이게 참, 대답 잘해야 할 것 같은데. 잘못하면 위험한 발언이라서…. 전우는 장비가 좋아 보이던데, 우리는 남자들의 전투가 아니고 멜로도 있어요. 전쟁이라고 단순히 싸우는 게 다가 아닙니다. 전투를 치르기 전에 이 전투는 왜 하고 어떻게 공략하고 끝내야 하는지를 자세히 풀어줘요."

▶ "아직도 밤마다 꿈속에선 전쟁을 치른다."

1회 초반 빨치산 소탕 장면은 한 겨울에 이틀 동안 비를 맞으며 찍은 것이다. 소지섭은 온몸에 경련이 일고 마비가 오는 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촬영하다가 경련이 일어나서. 전쟁을 직접 겪어 보진 못했지만, 전쟁 중에 총에 맞아 죽는 것 보다는 배고프거나 춥거나 정말 더워서 죽은 군인들이 꽤 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너무 추워서 견디지 못하겠더라고요.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지금도 매일 밤 꿈에서 전투를 치러요. 3kg 정도가 빠졌어요. TV에서 1회를 봤는데 저는 제 눈이 그렇게 큰 줄 몰랐어요."

- 호흡을 맞춘 김하늘 윤계상 씨의 매력을 꼽자면?

"하늘 씨는 현명한 배우입니다. 여배우로서 힘든 부분(노 메이크업)이 있는 데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계상 씨는 스펀지 같습니다. 뭔가를 주면 빨아들이는 힘이 있어요. 연기하다가 맞춰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연기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 사실 별로 없어요. 불쾌해 하니까. 그런 얘기를 꺼내기가 다른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데 계상 씨는 다 받아줬어요."

- 선임으로 나온 최민수 씨는 어땠나요?

"소문이 무성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진솔하고 철학적인 분입니다. 가식이 없고 눈을 보고 있으면 기(氣)가 느껴져요. 어떤 사람은 그 기에 눌린다는데 저는 자극이 됐어요."

- 실제 성격이 어떤가요?

"내성적이고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데 쉽게 사귀지 못해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동생을 만든 적이 없는데 이번에 계상 씨랑 일하면서 좋은 동생이 생겼죠. 2중대 친구들과도 잘 지냈고. 나중에 야구팀을 만들려고 합니다."

- '로드 넘버원'이 사전 제작 드라마라 촬영이 다 끝났는데요. 본인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될 것 같습니까.

"터닝 포인트죠. 이제껏 땅을 보고 연기를 했다면 이 작품으로 비로소 하늘을 보고 연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더 힘들어요. 10년 넘게 하다보니까 내가 연기를 하는 건지, 기교를 내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순발력만 느는 것 같고. 최민수 선배에게 연기가 뭔지를 물었더니 '99%의 거짓을 덮을 수 있는 1%의 진실'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실 되게 해야 하는데…."
▶ "솔직히 캐릭터 때문에 떴다고 생각"

모델 출신인 소지섭은 1996년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해, SBS '발리에서 생긴 일',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로 스타덤에 올랐다. 주로 우수에 찬 청춘을 연기했다.

- 캐릭터 운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드나 봐요.

"매번 그렇죠. '소간지'(멋지다는 속어)라는 별명도 그렇고. 다른 건 몰라도 연기에 대해 굉장히 그래요. 연기 못한다는 말이 제일 싫어요. 잘해야죠. 이제는 누구나 열심히 하잖아요?"

- 슬럼프 극복 비법은?

"연기 슬럼프는 연기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중국에서 '소피의 연애 매뉴얼'(2009)을 찍고 일본에서 '게게게 노 기타로 2-천년 저주의 노래'(2008)도 찍고 바삐 움직였죠."

영화 '게게게 노 기타로' 시리즈는 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탄생한 애꾸눈 요괴 소년 기타로가 주인공인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소지섭은 주인공 기타로의 적수 야차로 출연했다. 국내에선 톱스타 소지섭이 외국까지 가서 저런 영화를 찍느냐는 질책이 많았다.

- '게게게 노 기타로 2'는 왜 찍었나요? 요괴가 나오는 아동 영화인데.

"(잠시 당황하다) 새로운 도전이죠. 배우로서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는 한국의 소지섭이 아니라 신인이에요. 최대한 얼굴을 알려야 하는데, 그 작품은 원작 만화도 유명하고 1편도 일본에서 굉장히 성공(23억엔 흥행수익)했어요. 일본 반응은 좋았는데 한국에선 욕을 많이 먹었죠. 그래도 그런 도전 계속 하고 싶어요."

- '선덕여왕'에 나온 알천랑(진주 소씨 시조)의 실제 후손이라고…

"맞아요. 그렇더라고요."

- 삼국통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극은 연기 폭이 더 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더 노하우가 쌓인 다음에. 혀가 조금 짧은 편이라 힘든 것도 있고."

▶ 면전에서 사인한 종이 버린 팬, 상처로 남아

- 지금은 팬덤이 상당하지만 예전에 팬에게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나요?

"있죠. 신인 시절 사인회를 했었는데 나를 보러 온 건지 친구를 따라온 건지 어떤 분이 사인을 받고 '이거 뭐야'하더니 땅에 버리더라고요. 충격이 컸어요. 그래서 사인하는 걸 안 좋아해요. 꼭 해야 할 때는 제 사진에 하구요. '설마 버리겠어?' 이런 거죠."

- 소간지라는 별명 마음에 듭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부담됐어요. 밖에 나갈 때 집에서 옷을 몇 벌씩 갈아입었거든요. 이제는 많이 편해졌어요. 반바지도 입고 트레이닝복도 입고."

- 3월 백상 예술대상에 군복을 입고 온 이유도 군복 자태를 뽐내려 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꼭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었어요.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촬영하던 채로 갔다면 그건 거짓말이고요. 장우 역할이 좋은 것처럼 그 옷도 좋았어요."

- 다음 작품은 정했나요?

"다양한 장르의 대본이 많이 들어와서 계속 고르고 있어요. 드라마를 하게 되면 가벼운 걸로 하려고요. 영화는 아직 많이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단은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끝으로 소지섭은 "'로드 넘버원'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퍼시픽' 등 해외 다른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보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드라마가 다 끝날 때는 정말 자신 있거든요. 그땐 어떤 평가를 내려도 받아들이겠는데 지금은 이른 것 같아요. 끝까지 보고 말씀해 주세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