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을 한국으로…중국 관광객 마음을 잡아라]<1> 중국인에게 물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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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하면… 한류 떠오르고, 한식 맛보고, 쇼핑하고 싶어

[누가 어디서 무엇을]
10대-여성 “영화촬영장 체험”…중산층은 의료관광 원해
[얼마나 머물고 쓰나]
80%가 “4박5일 이상 체류”… “108만원 이상 소비” 31%
[보완할 점은]
고소득층 “서울보다 도쿄”… 남성들 “놀거리 많았으면…”

동아일보와 KOTRA는 한국 관광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5일간 중국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을 찾은 중국 내국인 54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은 한국 관광을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관심도가 높았는데 이는 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한국에 와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으로 ‘한국 음식 맛보기’를 꼽았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은 출신 지역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높았다. 의류와 가전제품 등 쇼핑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고 드라마 촬영지 등을 가보고 싶다는 응답도 많았다. 성형수술 등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응답도 4.6%였다.

한국 관광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와 같은 1선(線)도시(대도시)보다 청두(成都) 난징(南京) 푸저우(福州) 등 2, 3선 도시(각 성의 주요 도시)에 더 많았다. 한국 관광을 홍보할 때 지방을 공략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드라마-영화 통해 여행정보 얻어”

이번 설문에서 ‘한국’이라고 하면 드라마나 연예인 같은 ‘한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응답(42.3%)이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과 10, 20대에서 ‘한류’를 꼽은 대답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48.8%가 ‘한국이나 한국여행에 대한 정보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얻고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TV나 영화 속 한국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한류에 이은 한국의 대표 이미지로는 불고기, 김치 등 ‘맛있는 음식’(20.2%)이었다. 실제 응답자 10명 중 4명은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한국 음식 맛보기’라고 답했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불고기’(40.7%) ‘김치’(22.6%) ‘비빔밥’(13.9%) ‘소주’(3.7%) 순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인들은 한국 여행에서 ‘음식을 포함한 낮선 문화’(29.0%) ‘중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는 점’(10.7%) 등 먹을거리 관련 문제가 가장 걱정이라고 답했다. 실제 저가(低價) 단체관광 형태로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의 상당수는 원하는 한국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실정이다. 개인 관광객도 원하는 메뉴를 제대로 경험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국내 음식점에서 중국어가 통하지 않고 중국어 메뉴판을 갖춘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언어 장벽은 한국을 관광하는 중국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 ‘큰손’ 중국 관광객

응답자의 80% 이상이 “4박 5일 이상 한국에 머물고 싶다”고 답했고, 6박 7일 이상 머물겠다는 응답도 37.9%나 됐다. 중국 관광객들이 일주일 가까이 한국에 머물겠다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쇼핑’(27.1%)이었다. 특히 ‘옷·액세서리’(34.4%) ‘명품’(21.6%) ‘화장품’(13.7%) 등 패션 관련 제품을 사고 싶다는 응답이 70%나 됐다.

중국인 리밍신(李明흠·여) 씨는 “한국 브랜드 옷은 디자인이 뛰어나고 유럽이나 미국 명품보다 중국인의 체형에 잘 맞아 큰 인기”라며 “한 브랜드에서만 수백만 원어치를 사는 사람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백화점에 입점한 일부 한국 패션브랜드는 현지에서 한국보다 5∼7배 비싼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다.

실제 중국 관광객들은 서울의 주요 백화점 및 면세점에서 이미 ‘큰손’으로 떠올랐다. 올 1분기(1∼3월)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에서 중국인의 비중은 67%로 일본인(33%)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의 중국 관광객 매출 역시 전년보다 40%가량 늘었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 명동, 이화여대 앞 등에 조성된 쇼핑타운에는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중국 관광객이 넘쳐난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관광 시 6000위안(약 108만 원) 이상 쓰겠다는 응답이 31.6%나 됐다. 응답자의 71.5%가 월 소득 1만 위안(약 180만 원) 이하의 서민임을 고려하면 소비 의지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소비 의지가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형수술 등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응답이 4.6%인 것도 눈에 띈다. 실제 최근 국내 성형외과 및 피부과에는 수술이나 관리를 받고 싶다는 중국 관광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한국에 의료관광을 가고 싶다고 답한 이들의 32.0%는 월평균 소득이 1만 위안 이상인 중상층인 것으로 나타나 시장 개척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은 대도시가 아닌 3선 도시 거주 비율이 44.0%나 돼 지방에서 의료관광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남성과 고소득층을 끌어들여야

이번 조사에서 선호 관광 도시로 일본 도쿄나 대만, 홍콩에 비해 서울을 선택한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위는 ‘도쿄’(16.5%), 3위는 ‘중국 내 다른 지역’(9.1%), 4위는 ‘대만’(5.9%), 5위는 ‘홍콩’(5.4%) 순이었다.

서울을 선택한 응답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동대문에서 만난 한 중국인 남성 관광객은 “여자들이 쇼핑할 동안 남자들은 할 게 없다”며 “남성들을 위한 놀거리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구매력이 큰 고소득층일수록 서울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들은 서울 대신 도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류층을 만족시키기에 한국의 서비스는 일본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며 “눈에 보이는 관광 인프라뿐 아니라 중국인에 대한 태도 등 서비스 마인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 2008년-2009년 관광패턴 변화
1급호텔이상 숙박 13%P↑… 서울-제주 집중은 심화

한국 관광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는 좋아지고 있을까. 한국관광공사가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다.

우선 한국 관광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2008년 3.95점(5점 만점)에서 2009년 4.06점으로 다소 상승했다. △출입국 절차 △대중교통 △숙박 △음식 등에 대한 만족도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올랐다. 그러나 쇼핑 부문에서는 2008년 만족도가 4.01점인 데 비해 2009년에는 3.99점으로 유일하게 떨어졌다.

이는 관광객들을 원하지 않는 쇼핑 공간으로 안내하는 ‘지정 쇼핑’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지정 쇼핑하는 횟수는 2008년 평균 2.87회에서 2009년에는 3.18회로 증가했다. 4회가 27.7%에서 35.3%로 증가했고, 5회 이상도 3.3%에서 6.3%로 크게 늘었다. 화장품점과 인삼판매점, 전자제품 판매점 순으로 지정 쇼핑이 많았다.

특정업소 지정쇼핑에 불만
동대문시장 방문 크게 늘어


하지만 동대문시장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2008년 59.4%에서 지난해에 73.6%로 크게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별다른 관심이 없는 물건을 사야 하는 지정 쇼핑에 대한 불만은 크지만, 중국인들이 관심 있어 하는 패션과 쇼핑이 결합된 경우에는 만족도가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인들의 숙박시설 선택도 다소 수준이 높아졌다. 2008년에는 일반 호텔이나 모텔, 여관에서 묵는 비율이 47.3%였지만 지난해에는 28.7%로 크게 낮아졌다. 대신 1급 호텔(무궁화 4개) 이상에 묵는 비율이 38.3%에서 51.1%로 늘었다. 지난해부터 서울의 특급호텔들이 중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과 맥이 닿는다.

다양한 관광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서울과 제주에 집중되는 현상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2008년과 2009년 모두 중국인 관광객의 99%가 서울을 찾았고, 80%가 제주를 방문했다. 부산은 2008년 36.7%가 찾았지만 2009년에는 20.3%로 크게 줄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부산은 의사소통이나 서비스 등 전반적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는 편하지만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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