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그리스 전(한국시간 6월 12일 오후 8시30분)이 이제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노력해 온 상대국 분석이 결실을 맺을 시기가 됐다.
허정무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그리스 전에 대한 분석 자료를 하나씩 건넸다. 지금까지 수차례 봐온 영상이 아닌 문서화된 자료였다.
선수들이 문서 자료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 여기에는 그리스대표팀 키 플레이어들의 특징은 물론 장단점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상대 분석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 2차전과 3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전력에 대한 문서 작성도 모두 끝났지만 일단은 1차전에만 집중하기 위해 그리스 자료만 나눠줬다.
현대 축구는 정보전이다. 작년 말 조 추첨이 끝난 뒤부터 각국은 상대 전력 분석에 열을 올렸다. 소리 없는 총성, 물밑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같은 조에 속한 그리스,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서라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디오분석관을 대동해 영상을 만들고 분석, 편집했다. 직접 보기 힘든 경기는 수소문해서 경기 장면이 담긴 영상을 구했다. 허정무 감독은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가능한 구할 수 있는 모든 영상을 가져오라”고 일찌감치 지시를 내렸었다.
태극전사들은 그 동안 주로 산소 방에 옹기종기 모여 영상을 봐 왔다. 허 감독은 함께 비디오를 보며 일일이 지적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영상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해결법을 찾곤 했다.
그러나 이번 문서는 개인 자료다. 지금까지 토론을 통해 그리스 격파 해법을 찾았다면 이제는 개인 스터디 시간이다. 문서를 꼼꼼히 참고해 경기 전 확실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뒤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이정수는 “그리스에는 장신 공격수가 많아 세트피스를 조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자료를 받아 봤고 개개인 선수들을 파악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내가 중앙수비수니 헤딩으로 세트피스나 센터링을 걷어내는 등 장신 공격수에 대해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그리스와 경기 직전 한 차례 다 같이 모여 영상을 보면서 마지막 준비를 할 계획이다.
루스텐버그(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twitter.com/sportsdo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