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나쁜 남자’ 이형민 감독“경쟁작이 더 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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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0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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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드라마 \'나쁜 남자\' 제주도 현장 공개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는 이형민 감독. 사진제공 SBS
3월 24일 드라마 \'나쁜 남자\' 제주도 현장 공개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는 이형민 감독. 사진제공 SBS
"경쟁작이 너무 세다고요? 제가 '대장금' '주몽'하고도 붙은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약한 편이죠. 제 생각에는 MBC '로드 넘버원'이 제일 강력하다고 보는데, 우리 (소)지섭이가 나오잖아요. 지섭이도 잘되고 저도 잘돼야죠."


19일 SBS 새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극본 김재은 이도영 김성희, 연출 이형민)의 제작보고회를 마친 이형민 감독은 첫 방송을 앞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김남길 한가인 주연의 '나쁜 남자'는 어린 시절 재벌가에서 파양을 당한 건욱(김남길 분)이 치밀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건욱의 사랑을 받지만 부잣집 남자를 유혹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속물인간 재인(한가인), 두 사람과 인연을 맺은 재벌가 해신그룹의 남매들의 치명적인 사랑을 담았다.

이 감독은 "반전에 미스터리도 있고 복수도 있고 현대인의 감춰진 욕망도 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사실 '나쁜 남자'는 이 감독이 독립 후 제작한 첫 번째 드라마다. KBS 공채 20기 PD 출신인 이 감독은 KBS에 있으면서 비(정지훈)의 '상두야 학교 가자'와 소지섭을 스타로 키운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명품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러다 2008년 5월 따로 나가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 '굿 스토리'를 세우고 '나쁜 남자'를 내 놓은 것이다.

이형민 감독(왼쪽부터), 김혜옥, 김응수, 심은경, 지우, 박아인, 하주희, 김민서, 김남길, 한가인, 김재욱, 오연수, 정소민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
이형민 감독(왼쪽부터), 김혜옥, 김응수, 심은경, 지우, 박아인, 하주희, 김민서, 김남길, 한가인, 김재욱, 오연수, 정소민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
"저로선 의미가 커요. 이번에는 연출만이 아니라 제작까지 하는 거잖아요. 우리 회사 식구들도 있는데 잘 돼야죠. 오늘도 편집실 가서 계속 일을 해요. 다른 감독이 낮 신을 찍는데 제가 이어서 밤 신도 찍어야 하고….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모두 굉장한 분들이에요. 원래 영화랑 CF를 찍는 분들이거든요. 장비나 렌즈 선택이 아주 탁월해요. 예고편 보시면 아시겠지만 '때깔'은 괜찮지 않나요? (웃음)"

'나쁜 남자'의 타이틀 롤을 맡은 김남길은 이 감독의 세심한 연출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감정신이나 중요한 포인트 촬영이 있는 날은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될 정도로 이 감독의 꼼꼼함에 숨 막힌 적도 있다"고 했다.


김남길의 말을 전해주자 이 감독은 "남 말 한다"면서 웃었다.

이 감독은 "김남길은 자기 신을 촬영하기 전에 엄청나게 연구를 해온다"며 "감독보다 대본 분석을 더 열심히 해서 이것저것 디테일한 연기를 준비해 오니까 내가 오히려 골치가 아플 정도"라고 했다.

내친김에 다른 주연 배우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고 했다. 그는 재벌그룹 아들 태성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는 가난한 집 딸 재인 역을 연기한 한가인에 대해선 "욕심이 많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한가인 씨는 3년간의 공백 있었죠. '나는 신인 배우'라고 말했어요. 연기 공부도 새로 하고 신인의 자세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품격도 대단하고, 현장에서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잦아요. 가인 씨 자신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았겠죠. 예쁜 외모로 일약 스타가 됐지만 재충전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건욱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해신그룹의 후계자 태성 역의 김재욱은 "아티스트 감이 좋다"고 말했다.

"연기를 스킬로 하는 친구 아니었어요. 에너지나 느낌을 잘 표현해요.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이 재욱이를 보면 '오~!'할 겁니다. 저런 친구가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났느냐고. 연기에 품격이 있어요. 천성이 배우입니다."

3월 24일 드라마 '나쁜 남자' 제주도 현장 공개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는 이형민 감독. 사진제공 SBS
3월 24일 드라마 '나쁜 남자' 제주도 현장 공개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는 이형민 감독. 사진제공 SBS
그는 각 배역 모두에게 심도 있는 히스토리를 부여할 생각이다. 기획 당시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경우에 따라선 어떤 한 회의 주인공은 건욱일 수도 태성일 수도 있다.

"미드처럼 하려고요. 20부작 시리즈물에서 주인공 남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야기를 끌고 가면 시청자들도 질려 해요. 시청률 면에서 성공한 KBS '추노'도 인물 별로 파헤쳐요. MBC '선덕여왕' 도 비담이 중간에 튀어나오고 문노가 죽고 퇴장하죠."

이 감독은 '나쁜 남자'가 차마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누구나 꿈꾸는 '욕망'에 관한 드라마라고 했다. 그가 이전에 연출한 작품에 비해선 다소 '센' 드라마일 수도 있다.

"과거 드라마 '서울의 달', '사랑과 야망'의 현대 버전이라고 할까요? 막장적인 요소도 있고 원초적이라고 할 수도 있죠. 사랑과 복수라는 전통적인 테마가 여전히 우리 시청자들에겐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옛날 드라마처럼은 그리지 않으려고요. 원색적이나 고급스럽게, 그것이 제가 '나쁜 남자'를 그리는 방식입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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