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소셜 미디어를 장악하라, 천하를 얻으리니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블로그 트위터 불만 방치땐 치명타
기업가치 마케팅 판촉의 교감 통로
한국 대기업 무관심… 활용도 낮아

#1 코기(Kogi)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교포가 운영하는 이동식 바비큐 판매점이다. 이 점포는 바비큐 트럭이 움직이는 경로를 트위터(단문 메시지를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전달하는 미니블로그 서비스)를 통해 4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알린다. 이동 경로 근방에 있는 고객들은 트위터 메시지를 보고 모여든다.

#2 세계적인 소비재 회사인 P&G는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고객 평가 사이트(www.Tremor.com)를 활용해 고객 참여와 구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어머니 회원 35만 명과 청소년 회원 20만 명은 신제품에 대한 입소문을 퍼뜨린다.

트위터와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큰 파급력이 있다. 기업과 소비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더욱 증폭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델, 스타벅스, 사우스웨스트 항공, 포드 등 유수의 기업은 물론이고 구멍가게 수준의 자영업자들까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 중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 기업은 이런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까

상당수 글로벌 기업은 기업활동의 거의 전 영역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업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판촉과 마케팅이다. 스타벅스는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불만을 해결해 준다. 도요타는 싸이월드와 비슷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페이스북)를 통해 렉서스와 프리우스 등 대표 차종을 홍보한다. 이 회사는 협력사와의 관계구축 및 자료 공유에도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유용하다. 기업 내부용 소셜 미디어는 효율성 증대와 내부 결속력 강화, 커뮤니케이션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 IBM은 업무 협업을 위한 온라인 백과사전과 파일공유 서비스, 위키(여러 사람이 함께 내용을 수정하며 작업하는 글 또는 협력 소프트웨어) 등을 사내에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역풍을 맞은 기업이 적지 않다. 도미노피자는 직원이 장난삼아 피자 제조 과정을 희화화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식품 위생 관리에 대한 이슈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동영상을 올린 직원은 문책을 당했으며 도미노피자의 최고경영자(CEO)는 공개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발표해야 했다.

○ 국내 기업 소셜 미디어 경쟁력 뒤처져

최근 전 세계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기업들의 튼튼한 경쟁력은 국내외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래 커뮤니케이션·마케팅의 핵심인 소셜 미디어의 활용에서는 선진 기업보다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발표된 기업의 소셜 미디어 활용 수준 평가 보고서(ENGAGEMENTdb)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전 세계 100대 기업 중 한국 회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곳뿐이었다. 순위 역시 삼성전자는 26위, 현대자동차는 44위에 그쳤다. 동종 업계 기업인 델(2위)이나 인텔(10위), 도요타(21위)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올리버와이만의 홍범식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채널의 다양성 측면에선 최상위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 있지만 해당 채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는 수준 차이가 많이 나 점수가 깎였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국내 기업의 문제는 쌍방향성보다는 일방적 정보 전달에만 주력하다는 점에 있다”며 “고객이 직접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소셜 미디어 활성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 소셜 미디어 마케팅 전략

국내 기업들이 좀 더 세밀한 소셜 미디어 활용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장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기업은 소셜 미디어를 가치의 창출과 소통, 전달, 강화란 각각의 마케팅 프로세스에서 체계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가치 창출=소셜 미디어는 신제품이 구현해야 할 주요 속성을 알아보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은 특히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개인이 참여하는 커뮤니티형 소셜 미디어(카페)에서 잘 구현될 수 있다.

이전에는 기업이 전문가나 소비자를 팀으로 구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3M이 혁신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외과의사, 메이크업 전문가, 항균 약학자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준비하는 데만 수 주일이 걸린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각종 카페와 블로그 등을 이용하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더욱 빨리 수집할 수 있다.

②가치 소통=가치의 소통은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추상적, 외재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이다. 이 과정에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 기업이 소비자와 쉽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정보가 이용자에 의해 전파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화장품 제조회사 에뛰드는 신상품인 ‘아크네 제로’ 체험단 모집에 자사 사이트와 블로그를 활용해 입소문을 통해 2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③가치 전달=이는 제품 구매가 일어나는 판매 장소에서 가치를 제공하는 활동, 즉 판촉과 제품 배송을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 코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로야구팀 히어로즈는 미니블로그인 미투데이를 통해 ‘현재 ○○운동장에는 비가 그쳐 야구장을 정비 중입니다’와 같은 단문메시지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소식 전달을 넘어 관중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

④가치 강화=가치의 강화는 구매 이후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활동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블로그와 트위터로 고객 불만에 즉시 대응한다. 이를 통해 사우스웨스트는 업계 최저 수준의 민원 접수율(2007년 기준 10만 명당 0.26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업계 평균은 10만 명당 1.42건).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 경험 등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쌍방향 온라인 도구와 플랫폼을 말한다. 소셜 미디어의 종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지만 크게 블로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SNS), 위키(Wiki), 손수제작물(UCC), 마이크로(미니) 블로그 등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0호(9월 1일자)에

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0호(2009년 9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DBR Case Study/‘80분 수업, 30분 놀이’ 역발상이 기적을…

경기 광주시의 남한산초등학교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유적에 둘러싸인 유서 깊은 학교지만 도시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지금은 존폐 위기를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도시에서 학생들이 전학 오는 학교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남한산초교는 △위협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역발상 전략 △진정한 고객 중심의 교육 서비스 △변혁적 리더십과 자율적 팔로어십을 바탕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Eye on Japan/日 소비의 핵, ‘아라포 여성’을 주목하라

일본에서 구매력 있는 여성 소비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소비 계층으로 불리는 ‘아라포’ 세대다. 아라포란 영어로 ‘40세 전후(around 40)’의 일본식 줄임말이다. 2008년 4월부터 일본 TBS가 방영한 같은 이름의 금요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유행어가 됐다. 아라포를 중심으로 한 여성 고소득자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쇼핑에 투자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자신만의 개성과 기호를 강하게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CEO를 위한 인문고전강독/선물과 인간의 허위의식

선물은 대가 없이 주고받는 것인 반면 뇌물은 대가를 전제로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무의식적으로 대가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대부분의 선물은 사실 ‘뇌물’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현대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을 주긴 하되 선물을 줬다는 사실을 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물을 줬다는 사실을 잊으려는 우리의 의지만이 ‘진정한 선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Harvard Business Review/최고의 팀 리더는 재즈의 즉흥연주자

‘팀’을 구성원들이 고도의 창의력과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처럼 개개인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도 팀 활동은 신성불가침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오히려 팀을 꾸리는 일 자체가 업무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효율적인 팀을 구성하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