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드래프트 마감날 대박 계약…스콧 보라스의 ‘벼랑끝 전술’

  • 입력 2009년 8월 20일 08시 24분


흔히 북한의 외교정책을 ‘벼랑끝 전술’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의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도 아마추어 트래프트 선수의 계약을 ‘벼랑끝 전술’로 처리한다.

기자는 1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LA 다저스전을 취재하고 있었다. 평소 게임 때마다 모습을 보였던 에이전트 보라스는 없었다. 보라스 회사의 직원들만 모습을 보였다. 보라스의 다저스타디움 등장 여부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워싱턴 내셔널스가 1차지명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계약 때문이었다.

꼴찌팀 워싱턴 내셔널스는 미 동부시간 17일 자정 때까지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스트라스버그와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이었다. 미계약자가 되면 스트라스버그 역시 갈 곳이 없었다. 보라스가 언론을 향해 5000만 달러 몸값을 받아야 한다며 이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일본 프로야구나 독립리그에서 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1년 활동할 스트라스버그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독립리그의 경우 자칫 부상 염려로 본인도 매우 꺼려했다. 부상과 동시에 스트라스버그의 몸값은 바닥세가 된다. 결국 보라스는 마감시한 1분 17초(동부시간 오후 11시58분43초)를 남겨두고 스트라스버그 계약을 성사시켰다. 벼랑끝 전술이었다. 꼴찌 워싱턴도 스트라스버그가 절실한 실정이다. 4년 1510만 달러(188억원)를 보장받았다. 지난 2001년 시카고 컵스에 1050만 달러를 받은 마크 프라이어의 아마추어 선수 몸값을 경신했다. 프라이어도 보라스가 체결한 계약이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계약금, 연봉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케빈 브라운의 최초 1억 달러 돌파,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북미 스포츠 사상 최고 몸값 2억5600만 달러, 프라이어의 아마추어 트래프트 선수 최고 계약금 1050만 달러, 이번에 스트라스버그의 1510만 달러 등 그 만이 해낼 수 있는 계약성사다.

스트라스버그는 아마추어 선수이면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순수 계약금은 750만 달러이지만 잔여 연봉을 나눠서 4년 동안 받는 조건이다. 마이너리그에 있더라도 상관없다. 보통 마이너리그로 갈 때는 스플릿계약이 원칙이지만 스트라스버그의 경우는 1510만 달러를 무조건 보장받는 조건이다. 보라스는 스트라스버그 외에도 2009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선수 가운데 6명의 1차지명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이 가운데 30번으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된 내야수 레본 워싱턴과는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날 맺은 드래프트 선수들의 보장받은 몸값만 3410만 달러였다. 시애틀이 2번으로 지명한 외야수 더스틴 액클리 750만 달러, 샌디에이고의 3번 지명자 도너번 테이트(외야수) 550만 달러, 디트로이트 9번 지명 제이콥 터너(우완) 325만 달러, 오클랜드 13번 지명의 그랜트 그린(유격수) 275만 달러 등이다. 이 계약들이 거의 18일 마감날 이뤄졌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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