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완자 수밥 한끝… 학습지 줄임말 어떠세요?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상표등록 쉽고 기억 잘돼 선호
어법 벗어난 造語남발 경계를

‘공신(GongSin)’, ‘열공’, ‘일타’….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참고서와 교육콘텐츠 상표명입니다. 참고서 회사의 상표명이라면 ‘수학의 정석’, ‘성문종합영어’ 등을 떠올리는 세대에게는 이런 참고서 이름이 생뚱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0대들에게는 친숙한 단어들이라고 하는군요.

이 상표명들은 사실 10대의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줄임말입니다. 각각 풀어보면 ‘공부의 신’, ‘열심히 공부하다’, ‘인기 있는 스타강사’라는 뜻이 숨어있습니다.

이 밖에도 축약된 단어가 상표명이 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식품업계에서 고추장 상표명인 ‘해찬들’은 ‘해가 가득 찬 들녘’을 줄인 것입니다.

의류 브랜드에서는 영문 줄임말의 인기가 높습니다. ‘INVU’는 ‘네가 부럽다(I envy you)’를 줄인 이름이라는군요. 이들은 줄임말이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고 쉽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상표명으로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줄임말이 인기인 이유는 전체 어휘보다 상표로 등록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완벽한 자율학습’이라는 전체 어휘를 출원하면 상품의 품질을 설명하는 ‘기술적 상표’로 분류돼 등록받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 대신 ‘완자’라고 하면 등록이 쉬워지는 것이죠. 우종균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축약형 상표는 상품의 품질을 암시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등록하기 쉽고 소비자가 기억하기도 쉬운 장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회사들이 출원한 상표명의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특허청에 따르면 유독 중고등학생용 참고서업계에서 줄임말 상표명이 더욱 두드러지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용어에 익숙한 10대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이지요. 2000년대 초반에는 ‘강추(강력히 추천)’ 등 인터넷 언어들이 그대로 상표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학의 밥’을 의미하는 ‘수밥’, ‘한 권으로 끝내기’를 뜻하는 ‘한끝’ 등 출원인이 직접 새롭게 만드는 줄임말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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