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성관 낙마가 드러낸 ‘인사 검증 실종’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업자로부터 각종 후원을 받은 ‘스폰서’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스스로 사퇴했다. 청와대가 검찰조직을 일신하겠다며 전임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3기수 아래인 천 후보자를 발탁하는 바람에 고검장 지검장 11명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도 통과 못할 정도로 부실한 후보자를 골라 검찰 조직만 흔들어 놓은 꼴이 됐다. 특정 지역 배제, 무늬만의 인적 쇄신 집착이 빚은 형식주의 인사의 참화(慘禍)다.

천 후보자는 아파트 매입 과정이나 부부동반 해외 골프, 부인의 리스 차 이용 행태를 볼 때 전형적인 ‘스폰서 검사’였다. 검찰총장은 사정기관이자 소추기관의 총수로서 바른 몸가짐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정동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곧바로 청문회에서 드러날 내용조차 왜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파악이 됐는데도 인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대통령에게 있었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청와대는 인사 경위를 소상하게 밝히고 부실검증을 냉철하게 자성해야 한다.

천 후보자는 박모 씨에게서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15억5000만 원을 빌렸으나 8억 원에 대해서만 은행 이자보다 싼 4%의 금리로 차용증을 써 주었다. 나머지 7억5000만 원은 은행에서 빌려 갚을 계획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천 후보자를 포괄적 뇌물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청와대와 천 후보자로서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천 후보자는 청문회도 불성실한 자세로 임했다. 그는 “박 씨와 해외여행을 같이 간 적이 없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으나 네 명의 비행기표를 함께 결제한 카드 영수증이 나와 위증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이달 8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청문회가 끝난 뒤 귀국했다. 천 후보자는 국내 최고급 웨딩홀인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애스톤하우스에서 아들 결혼식을 했는데도 ‘서울 교외’에서 했다고 둘러댔다.

천 후보자는 2007∼2008년 수입 명세와 카드사용 명세 및 영수증 처리된 지출액수의 차액이 1억 원에 가까웠다. 검찰은 수입 명세에서 수사활동비와 직급보조비가 누락됐다고 해명했으나 수사활동비를 개인생활에 썼다면 더 문제다.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그만하면 검소한 검사”라고 옹호했는데 서울 강남구 신사동 29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부인이 월 170만 원짜리 고급 리스 차를 타며, 부부동반 해외 골프여행을 가 3000달러짜리 핸드백을 사는 게 검소하단 말인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강부자당’ ‘웰빙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스폰서 검사가 천 후보자 하나뿐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은 의구심을 품게 됐다. 청와대는 추락한 검찰을 추슬러 바로 세울 수 있는 총장감을 찾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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