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은 北화물선 구하고, 北은 南국민 38일째 가두고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해군 청해부대의 구축함 문무대왕함이 그제 해적에 쫓기던 북한 상선 다박솔호(6399t)를 구했다. 문무대왕함은 구조요청을 받자 헬기를 급파해 선박과 화물 그리고 선원들을 피랍 위기에서 건져냈다. 우리 해군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뛰어넘어 지체 없이 구출작전을 폈다. 북의 선장은 네 차례나 “감사하다”고 했고 선원들도 우리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고마워했다. 해군은 비록 외국 바다에서라도 우리가 북을 도와야 할 상황이면 기꺼이 손을 내민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였다.

문무대왕함의 다박솔호 구출은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에 대한 북한의 비인도적 처사와 비교된다. 북한은 개성공단 근무자 유 씨를 “체제를 비판하며 여성 종업원을 변질 타락시켜 탈북시키려고 책동했다”며 체포해 오늘로 38일째 억류하고 있다. 북은 우리 국민이 조사를 받게 되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로 한 남북합의를 짓밟고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은 지난달 21일 남북당국 접촉에서도 유 씨 면담 요구를 거부했다. 억류 중인 미국 기자 2명에게는 스웨덴대사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견을 허용하면서도 정작 동포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민족끼리’는 다 헛소리다. 북의 유 씨 장기 억류는 외국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해적질보다 나을 게 없다.

북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 대만 상선도 올 1월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면서 중국 군함의 보호를 받았다. 대만은 적극적인 관계개선으로 중국에 화답했다. 북이 우리의 선의(善意)에 호응하면 중국과 대만 사이를 부러워할 필요 없는 남북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은혜를 모르는 집단으로 손가락질받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인도주의와 민족의 의미를 깨닫고 유 씨부터 돌려보내야 한다.

우리가 다박솔호를 구한 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 대해 “이전(부시) 정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비난했다. 로켓 발사, 6자 합의 파기 공언,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호언 등으로 막가며 오바마 정부를 탓하면 국제사회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북의 주장대로 조지 W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자세가 같다면 이는 북이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며, 북이 변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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