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민본21’이 재·보선 패배 원인을 ‘청와대, 부처, 한나라당의 국정 혼란과 당내 친이(이명박) 친박(박근혜) 진영 간 갈등’에서 찾은 것은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공천 실패도 뿌리는 그런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은커녕 집권세력 내부 곳곳에 언로가 막혀 있고, 상호 불신과 폄훼가 만연해 공룡의 동맥경화 같은 병세가 깊어졌다. 이를 치유하지 않고는 국정운영의 무기력과 혼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민본21’이 정치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용두사미의 전철을 밟지 않을 만큼 각오와 전략과 희생정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16대 국회 때 정치개혁을 내걸고 결성된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는 2003년 당권싸움 속에 와해됐다. 17대 국회 때 ‘새 정치 수요모임’도 2007년 대선 경선 와중에서 지지 후보를 따라 뿔뿔이 흩어졌다. 18대 국회 들어 정치문화 혁신을 내건 여러 소장파 모임이 결성됐지만 대부분이 친이다, 친박이다 줄서기 경쟁을 벌이느라 제 목소리는 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기득권에 안주해 선수(選數)나 계파만 따지는 ‘여의도 정치’를 깨겠다고 다짐했지만 취임 이후 초·재선 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일이 없다. 정권실세니, 다선 중진이니 하는 의원들도 국정의 성공을 위해 희생적으로 ‘선의의 악역’이라도 하기는커녕 장관 자리 또는 차기(次期) 출세를 위한 ‘권력 내 정치’에 바빴다.
초·재선 의원 가운데 국가정체성 확립, 교육, 경제 등에서 변화의 물꼬를 터가는 행동파 노력파 의원도 몇몇은 보인다. 하지만 대선 압승 바람을 타고 쉽게 얻은 금배지에 안주해 당내 교제에나 열심인 ‘낡은 초선’도 적지 않다. 재·보선 참패에 이어 4월 국회도 자중지란 속에서 마감하고는 중진, 초·재선 의원 할 것 없이 외유 가방 챙기기에 바쁜 웰빙 코드로 과연 치열한 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젊고 소신 있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지 못하고 관료화된 타성에 그냥 주저앉아 세월만 가라 한다면 공룡의 동맥경화가 더 심해지고, 결국은 외부 충격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타율 변화를 하게 될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