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달콤한 GM대우 공약’ 세금으로 메워줄 수 없다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인천 부평을(乙) 선거구에서 여야가 구조조정 원칙에 맞지 않는 감언이설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그제 부평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GM대우는 꼭 살리겠다”며 “정부가 24일부터 GM대우와 협력업체에 2400억 원의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GM대우가 정리 대상으로 분류돼도 한국산업은행이 지분을 사들여 (공기업 형태로) 별도 법인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400억 원은 GM대우와 쌍용차 협력 부품업체에 대한 긴급지원자금일 뿐이다. 지분 매입 후 별도 법인화하는 방안은 정부 여당이 확정한 바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GM 본사의 처리 방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선거운동 방식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GM대우의 신기술 개발 및 유동성(流動性) 지원용으로 6500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겠다고 거듭 공약했다. 정세균 대표는 어제 라디오에 출연해 “이는 정부 여당이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부터 민주당이 제안했던 사안”이라며 여당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에게 립 서비스부터 하고 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면 책임은 정부 여당에 떠넘기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다.

GM대우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는 6조 원에 이르는 반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5조 원이 안 된다. 일각에선 지난해 GM대우가 2조 원의 환차손을 입은 것을 두고 미국 GM의 손실을 대신 떠안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GM 본사를 파산시키겠다며 자구책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본사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하고 GM대우의 강도 높은 자구방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멋대로 퍼주겠다는 정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GM대우에 일단 정부 자금이 들어가고 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끝없이 국민 세금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될 우려가 크다. 여야 정치권이 금배지 하나 더 차지하려고 벌이는 감언이설 경쟁에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 넣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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