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경제법안 밀쳐놓고 ‘3월 휴무’ 외유 중인 국회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합의한 법안 처리 일정마저 못 지키고 2월 임시국회를 마감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국회를 열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 하여 개인 또는 상임위별로 외유 일정이 잡힌 의원만도 50여 명에 이른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6명은 3일 임시국회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미 출국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 고통 완화에 필요한 입법을 작년 12월부터 3개월간 태업(怠業)하고도 외국 나들이에는 잽싸기 그지없다.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여야 대립과 한때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가 지연돼 결국 통과되지 못한 법안만도 14개에 이른다. 이 중 11개는 시행되면 경기(景氣) 활성화 및 민생 개선에 도움이 될 법안이다.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도 그중 하나다. 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50조 원 이상을 투자할 30대 국책 선도(先導) 프로젝트와 광역권 선도사업이 예산까지 책정된 상태에서 중단돼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대한주택공사 등이 토지를 소유하고 입주자에게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싼값 아파트’ 관련법도 처리가 유보됐다. 이 법안이 일찌감치 통과돼 시행됐더라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다소간 힘이 됐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과 가족에게 당장 급하고 절실한 문제라도 이처럼 ‘되거나 말거나’ 식으로 처리하겠는가. 선거 때는 한결같이 ‘국민(유권자)을 위해 몸 바쳐 일하겠다’고 다짐해 당선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작년 6월 초 18대 국회의 법정 개원(開院) 시기를 지키고 경제 살리기, 민생 지원, 국가 선진화에 도움이 될 입법 활동만이라도 열심히 해 왔다면 지금 우리 국민이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작지 않은 힘이 됐을 것이다.

이제라도 여야 국회의원들이 그동안의 쓸데없는 정쟁(政爭)과 입법 태업을 함께 반성하고 심기일전(心機一轉)해 민생경제 관련 입법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도 힘이 나고,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도 호전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를 통한 정책 실효성 극대화와 대외 신인도(信認度) 제고가 동시에 필요하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4월 임시국회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다음주에라도 임시 국회를 열어 화급한 예산 집행과 민생 회복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비리·폭력 의원들의 소환이 이뤄지는 대로 국회를 다시 연다면 ‘방탄 국회’라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긴급한 민생경제법안 심의를 3주 정도 앞당길 수 있다. ‘상시(常時)국회’를 외치던 의원들은 다 어디 갔는가. ‘3월 휴무와 외유’를 접고 국회로 돌아오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