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귀희]김추기경과 장애농부의 ‘정당한 가난’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사람들은 앉기만 하면 돈 버는 얘기만 한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 성장만 내세운다. 온 나라가 돈의 노예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서울 양천구의 말단직원이 장애인 생활보조금을 26억 원이나 횡령하는 파렴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돈이 되는 일이면 장애인의 생존권을 빼앗는 짓일지라도 주저 없이 해서 개인적인 부를 축적했다.

성실히 노력해서 삶의 질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쉽게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세상에 경종을 울려준 것은 독립영화 ‘워낭소리’이다. 내가 본 ‘워낭소리’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셨던 삶에 대한 진실과 가치가 들어 있었다. 영화에는 팔순이 다된 농부와 40년 넘게 사는 늙은 소가 등장한다. 농부가 어렸을 적에 침을 잘못 맞아서 다리가 불편하게 됐다는 설명이 나오지만 장애인인 내 눈에는 할아버지 장애는 소아마비가 틀림없다. 그래서 소는 농사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걷기 힘든 할아버지의 이동 수단이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기어 다니며 밭을 갈고 모를 내는 모습은 감동스럽다기보다 숭고하기까지 했다. 할아버지는 온몸을 바쳐 일을 했기에 9남매를 반듯하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아픈 몸으로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자식한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몸에 밴 성실 때문이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진실과 성실이 통한다. 정당한 가난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가를 보여준 김수환 추기경과 장애인 농부 할아버지가 부당한 부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예방 주사를 맞혀 주었다. 진실과 성실만이 영원하다는 교훈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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