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黨靑 오찬, 국민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소통과 화합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들의 어제 청와대 오찬은 당-청(黨-靑) 간에 소통과 화합을 다진 자리였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57회 생일축하까지 겸해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당-청이 모처럼 화합의 한때를 보냈다고 하니 나쁠 건 없겠지만 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국민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해진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날 오찬에는 한나라당에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핵심 인사 23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정무수석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대변인 홍보기획관 정무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여권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은 8개월 만이다. 이런 자리라면 당연히 국정 현안들과 해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하나 마나 한 얘기나 나누고 “앞으로 잘해보자”며 밥 먹고 일어섰으니 이런 사람들이 과연 집권세력인지 참담할 뿐이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경제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용산 참사’를 빌미로 야당과 반(反)정부 좌파세력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정정(政情)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공세도 심상찮다.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쟁점 법안’을 놓고 야당과 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어야 국민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것 아닌가.

이 정권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출범했고 국회에서도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지난 1년간의 행태와 실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집권 2년차인 올해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여당과 정부에 달려 있다”면서 “우리가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진실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 정권에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이 정권이 덩치만 컸지 체력도 약하고 정신자세마저도 나약한 ‘약골 체질’과 매사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웰빙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은 4년도 순탄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위기는 ‘정권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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