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中企사장이 코오롱공장 노조위원장에 술산 사연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구미공장 노조 변화에 감동”

납품 대기업의 파업 하소연

며칠 전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는 언뜻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국내 자동차 관련 대기업에 수십 년간 납품을 해 온 한 중소기업 사장과 김홍열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위원장이 자리를 같이했습니다.

이 자리는 A 사장이 얼마 전 동아일보에 난 김 위원장 관련기사를 보고 지인을 통해 “술을 한잔 사고 싶다”고 제안해 마련됐다고 합니다. 동아일보는 노사 간 협력을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 가는 코오롱 구미공장과 김 위원장 얘기를 올해 몇 차례 소개했지요.

불과 2, 3년 전만 해도 파업과 조업 중단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코오롱 구미공장은 김 위원장이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노조위원장이 원가 절감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변화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사내(社內) 행사에서 “다들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지요.

노조의 변화로 체질 개선을 이룬 코오롱은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도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에 A 사장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하네요.

3시간 넘게 이어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나이와 회사를 뛰어넘어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40대의 김 위원장은 이날도 “이제는 노사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조도 원가 절감 노력을 더 해야 합니다”라고 거듭 소신을 밝혔다고 합니다. 60대의 A 사장은 “너무 멋지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다음 모임을 대구에서 갖기로 하고 그때는 김 위원장이 술을 사기로 했답니다.

A 사장이 납품하는 대기업의 노조는 아직도 강경 일변도 투쟁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그는 이 대기업 노조의 잦은 파업 등으로 겪었던 고통에 대해선 한사코 말을 아꼈습니다. 두 사람의 소중한 만남이 깨질까 봐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즐거운’ 만남을 보며 한편 흐뭇하면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으면 자신과 관계도 없는 다른 기업의 노조위원장 얘기에 감동을 받고 술까지 사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해에는 A 사장이 자신이 납품하는 대기업의 노조위원장과도 유쾌한 만남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조용우 산업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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