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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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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똑같은 사회구성원이다.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인 장애인의 생존권 확보와 실질적 평등 구현은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의 척도는 사회 환경이나 분위기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친화적이냐에 달려 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가 필요하다.
일제강점기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으로 육성된 안마에 대해 이제 시각장애인의 전속 업종이라는 일반인의 인식과 시각장애인의 신뢰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안마시장의 기존 체제를 해체하고 문호를 개방하라고 하니 시각장애인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안마시장 놓고 생존-자유권 충돌
이동권(移動權)조차 보장받지 못한 시각장애인은 아직까지도 다른 분야의 취업이 극도로 부진해서, 손의 촉각기능이 발달한 시각장애인에게 자격을 부여할 때 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아예 이를 못하게 할지에 대해서는 법적 조망, 발전적 방향, 외국의 경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고 법 논리와 정책적 고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 독점은 비장애인에 의해 이미 크게 잠식되어 있다. 도처에 스포츠마사지 간판이 버젓이 걸려 있고, 안마시술소에서는 비장애인 종업원이 안마를 한다. 불법이 만연한 상황에서 너도나도 알게 모르게 탈법에 동참하고 있다. 비장애인의 유사 안마가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게 작금의 현실이다.
개성 신장의 도구로써 경쟁을 통한 자유로운 직업의 선택은 자유민주국가의 핵심 요소이다. 또 직업을 천직(天職)이나 소명(召命)이라 칭하는 데에는 거역할 수 없는 의미가 깔려 있다. 소질, 재능에 따라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아실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외국에서도 전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만 독점시킨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안마시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기에는 시각장애인의 생존 문제가 절박하다. 위헌 결정 이후 일부 장애인은 한강으로 뛰어내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렬한 투쟁을 통해 생계에 관한 자신들의 심각한 처지를 알리려 했다. 시각장애인의 복지현실은 다른 장애인에 비해서도 열악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시각장애인이 안마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도 다양한 직업을 가져야 함은 시대적 흐름이다. 영국에는 장애인 변호사가 400여 명, 독일에는 시각장애인 법관이 대략 60명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이 교수 기자 목사 화학자 경찰간부 등 다양한 인텔리 직종에 종사한다.
이제 비장애인의 반발로 또다시 제3의 헌법논쟁이 재연되었는데, 이러한 갈등상황이 반복되어 참으로 안타깝다. 헌법재판소가 결정으로 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는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장애인의 생존과 비장애인의 자유가 공생,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시급히 찾아내야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직종 개발의 대안을 검토, 개발하여야 한다.
다양한 직종개발-인식전환 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충돌이 더 심화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더불어 소통하면서 함께 아우르는 세상이 되도록 정책당국의 적극적이고도 진지한 관여가 요구된다. 장애인이 바람직한 직업활동으로 자기 신뢰와 자긍심을 되찾아 주위 세상과 잘 융합하게 하려면 폭넓은 참여 기회 제공 및 여건 조성에 대한 일반인과 기업가의 인식 전환과 시선 변화가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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