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승권]‘인구감소 재앙’ 닥치기 전에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유엔인구기금(UNFPA)은 전 세계 156개국을 분석한 ‘2008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1.20명으로 홍콩(0.96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1960년(6.0명)의 5분의 1이고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 이하이다.

투자 감소-경쟁력 약화 불보듯

또 인구가 줄어들지 않기 위해 여성이 낳아야 하는 최소한의 자녀 수(대체출산율·2.1명)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이로 인해 세계 26위인 한국의 총인구는 2050년에 44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 상황은 보고서 내용보다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인구 대체수준 이하로 떨어진 출산율의 영향으로 출생아 수가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의 ‘핵심 생산연령인구’가 올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8∼2010년에는 45만 명의 감소가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같은 기간에 54만 명 증가해 인구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 감소가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좁은 국토면적, 부족한 부존자원, 높은 청년실업률을 감안하면 ‘양질의 적은 인구’가 국가가치를 높여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압축적 인구 변동’은 재앙(災殃)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촌의 인구 감소를 주장하는 유엔마저도 이런 면에서 한국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소비 및 투자의 감소, 생산성 악화, 국가경쟁력의 약화, 부양부담의 증가, 사회보험 재정의 위기,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과 이에 따른 사회갈등 증폭 등 경제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지난 수년간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재정을 투입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기록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데 대한 정책진단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인구’는 국가 존립의 한 요소이며,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인구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인구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부양자와 피부양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루면 한쪽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낮은 출산율이 정부 목표인 1.6명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최근의 출산율 저하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육아비용 증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비효율성, 세계적 경기침체 및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주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며, 중장기적 측면에서 고안된 인구정책이 아니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가정-직장 병행 여성 실질 지원을

국가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밝은 미래를 활짝 열어주어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자녀 양육의 문제점을 경제적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해결하고, 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아성취와 가구경제 안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인구 감소라는 큰 물줄기는 결코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서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자질 향상을 위한 평생교육체계 확립, 학력이나 학벌 중심이 아닌 능력 중심의 노동정책, 생활주기 변화에 순응하는 개인·가족생활정책,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다문화 사회에 적극 대비하는 사회정책에 초점을 둬야 한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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