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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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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위기 심각성 살펴야
국가가 지금 해야 할 일부터 살펴보자. 현재는 비상상황이므로 정치적 입신을 위해, 정치적 목적에서 지원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사정 대타협을 누가 주도하여 정치적 깃발을 날리느냐와 같은 정치적 행위를 시도할 여유가 없다. 차라리 노조가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거나,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조건의 저하를 감내하거나, 사측이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별 기업에 대해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이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에 구멍은 없는지 점검하고 챙겨야 한다. 공공부문도 고용을 동결하기보다 삭감된 임금을 활용해 마련한 재원으로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시점이다. 사회적 기업 예산증액과 같이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경기부양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경기부양이 중요하다.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 고용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노동조합도 신자유주의 등 이데올로기 문제로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대량 감원은 기업이 감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부득이하게 발생한다. 기업 혹은 기업별 노조가 알아서 고용 유지를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외환위기와 달리 우리만 열심히 똘똘 뭉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상품을 생산해도 사줄 외국인이 없기 때문에 경영진이나 국가 탓만을 할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외면하고 중앙 차원에서 정치적 선동을 통해 근로자만 희생, 비정규직만 희생 운운하며 책임을 국가나 기업에 돌리는 일은 무책임한 처사다.
기업도 긴 호흡으로 경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고용조정 경험이 있었고, 이로 인한 노사 반목의 골은 위기탈출 이후에도 깊어져만 갔다. 고용을 유지할지 감원할지를 경영진의 결단에만 의존하여 감행하지 말고, 노조의 협조를 구해 1, 2년 내지 최악의 경우 3, 4년을 버틸 수 있는 양보안을 만들어 봐야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지, 최악의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이하 수준까지도 양보를 받아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인지 경영자가 차분히 판단해야 한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손쉬운 감원책을 동원하지 말았으면 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개별 기업단위에서 고용 유지를 위한 양보안이 전 기업군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3∼4년 버틸 장기계획 세우길
고용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치적 투쟁보다 양보안을 제시하여 후일의 큰 보상을 도모하는 실리적 노동운동이 시급하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였다고 평가받는 기업이 위기 이후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노사의 노력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 불신, 정책 불신을 씻을 수 있는 국가로 재도약해야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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