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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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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러시아 법인이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러시아 딜러들은 이런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급히 모인 이유는 9, 10월 실적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 등 경쟁사에 비해 유난히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8월까지 수입차 선두를 달리던 현대차는 10월에는 4위로 밀려났다. 파산 직전에 몰린 GM이 공급량을 크게 늘려 1위에 올랐으며 도요타도 현대차를 앞질렀다. 지난해까지 7위권에 들었던 기아차도 10위로 추락했다.
올 상반기 외제 자동차 판매량이 60% 증가할 정도로 잘나가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회사만큼은 ‘후진’을 하고 있다. 기아차는 9월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고, 현대차도 10월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27%나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와 선두경쟁을 벌이던 포드와 도요타자동차는 10월에 판매가 각각 22%, 51% 급등했다.
러시아 제3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온 한 현대차 딜러는 “수입차 성장률이 최고치를 쳤던 7월과 9월 사이 한국자동차 노조의 파업은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가 바뀌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딜러도 “10월 중순까지 현대차 주문이 늘어났지만 파업에 따른 공급량 감소로 고객들이 다른 자동차 대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선두를 탈환하자마자 또다시 파업 후유증에 걸렸다”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대차 공급 물량은 10월부터는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시장에는 이미 금융위기 한파가 불어닥쳤다. 환율 불안과 할부금융 마비로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던 것이다.
이제 모스크바에선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는 ‘파업 관행’으로 현대차가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는 교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현대차 노조가 2006년 6, 7월 파업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1위에서 5위까지 추락한 경험을 했으면서도 올해에도 똑같은 길을 선택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자동차 노조원 출신인 한 교민은 “현대차 노조는 앞으로도 선적장에 수출용 자동차를 잔뜩 쌓아놓은 채 공장 뒤뜰에서 풀을 뽑더라도 파업은 계속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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