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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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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보다 시너지 효과-역량강화 우선 판단
전문가 육성등 노하우 보존-사후관리 필수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이뤄내려면 M&A 노하우 보존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수입니다. M&A 준비 및 진행 과정에서 나타는 한국 기업들의 태도에는 아직 미흡한 면이 많습니다.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물며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일을 엉성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휴잇어소시에이츠의 글로벌 M&A 총괄책임자 표트르 베르나르처크 파트너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M&A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접근 방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휴잇어소시에이츠는 인적자원관리(HR)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 컨설팅 펌이다.
베르나르처크 씨는 한국 기업의 M&A 경험 부족 그 자체보다 M&A 노하우를 보존하고 개선시키려는 노력 및 사후관리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반 상품을 살 때에는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지만 M&A의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M&A에 앞서 치밀한 준비를 했다 해도 합병 후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생겨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결국 철저한 사전 준비는 물론이고 합병 후 통합 작업에도 엄청나게 많은 공을 들여야 M&A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기업은 불과 서너 명의 적은 인원으로 M&A 전담팀을 꾸리거나 M&A 계약서에 서명하는 그 순간 모든 일이 끝났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폴란드계 미국인인 그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독일 쾰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M&A 분야에서 20년간 일하며 루프트한자, 바스프, 머크 등 유럽 대기업의 M&A 및 프로젝트 관리를 담당했다.
“M&A를 추진하는 한국 기업 경영진에게 과거 M&A가 어땠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자료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M&A 전담팀에 있었던 인력들도 뿔뿔이 흩어져버립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단순히 M&A 관련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과거와 현재 M&A에서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서 이를 한 기업의 철학이나 조직 문화로 승화해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거래라 해도 그 거래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많습니다.”
그는 또 합병 후 통합 담당자(inte-gration manager)를 기업 내 핵심 요직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유능한 인재가 반드시 거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를 키우듯 M&A 전문가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M&A 이후 흑백논리로 피인수 회사를 대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수 후 ‘우리가 사들였으니 저쪽 인력을 다 몰아내고 우리 사람만 심겠다’거나 ‘저 회사는 원래 잘하던 회사였으니 현재 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될 것’이라고 접근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둘 다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기업을 인수했으면서 정작 통합 작업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은 비싼 차를 사놓고 수리비를 아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경우 M&A의 규모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M&A 대상을 물색할 때 기업의 규모보다는 기존 사업 모델과 얼마나 큰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 내부 역량 강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향후 통신, 에너지, 항공 분야에서 많은 M&A 기회가 발생할 것이며 한국 기업의 경우 특히 통신 산업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 통신 산업이 기기(device)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통신업체라면 우리 회사가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녔는지 아닌지, 어떤 업체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강화해 줄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맞는 M&A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 규제 강화로 에너지 산업에서도 많은 M&A 기회가 생겨날 것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