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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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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의 1L짜리 우유는 물류비용으로 국내 가격의 2.5배인 7000원에 팔리지만 수요 급증으로 공급이 달린다. 자국 분유 제품에 대한 중국 엄마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까다로운 한국 엄마들의 입맛에 맞춘 한국산 분유의 몸값은 ‘금(金)값’이다. 남양유업이나 매일유업 등 국내 분유제품의 중국 매출은 예년보다 3∼4배로 늘었다.
KOTRA가 지난달 칭다오(靑島)에서 주최한 한국문화상품판촉전에서는 고추장, 된장, 쌈장 등 한국 고유의 장류(醬類) 제품을 찾는 현지 소비자가 줄을 이었다. 김치도 한국에서 갖고 간 물량이 사흘 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런 사례들에서 입증되듯이 한국 식품의 국제경쟁력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다. 32년간 ‘한국의 간판 기업’ 삼성그룹에 몸담고 일하다 올해 초 농심의 최고경영자(CEO)로 옮겨 간 손욱 회장은 “농심 경영을 맡고 나서 제품의 불량률이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반도체 제조공정과 비슷해 놀랐다”면서 “그래도 이물질 사건이 터져 불량률 목표치를 1000만분의 1 수준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중국 식품 안전의 그늘이 극명히 드러나면서 한국 식품회사의 중국 진출이 활기를 띨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한국 식품의 몸값이 치솟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올해 들어 이런저런 악재가 겹친 데다 일부 블랙컨슈머(악덕 소비자)와 ‘사이비 언론’의 횡포까지 겹치면서 국내 식품업계는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는 꼭 국산 유기농급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가격은 절대로 올려서는 안 되고 이물질이 나오면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는 현실에서 뜻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놓았다.
한국 식품회사들도 중국의 멜라민 파동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해외에서 원료나 제품을 들여올 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등 먹을거리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한국으로서는 해외에서 식자재(食資材)를 들여오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 식품업계가 ‘중국에서의 호평’을 계기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한국 식품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실히 얻기만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정효진 산업부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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