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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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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1만6000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이 철도를 운영 중인 민간 컨소시엄에 1097억 원을 지급했다. 손해가 나면 재정으로 부족분을 메워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요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국민세금이 들어간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에 민간 참여를 유도한 수익형 민자사업(BTO)이 ‘세금 도둑’이 돼버렸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이 사업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2859억 원의 세금이 지출됐다. 1년 전보다 72% 늘어난 액수다.
BTO에 이처럼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이유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도입된 이 제도는 예측치보다 수익이 적으면 정부가 민간회사에 운영 수입을 보전해주도록 돼 있다.
당시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건설 실적을 올릴 수 있어 좋고 민간회사는 사업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익을 볼 수 있어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국민은 이렇게 만든 SOC를 자주 이용해서 통행료 수입을 늘려주든지 아니면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할 판이다.
제도야 어찌됐든 통행량 예측만 제대로 했다면 의도하지 않은 재정 지출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는 도를 넘는다.
인천공항철도처럼 이용객이 기대치의 7% 정도에 불과한 곳도 있다. 정부가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사업을 서두르느라 이를 면밀히 따지지 않은 책임이 크다. 민간회사는 예측량이 높게 나올수록 수입 면에서 유리한 구도였다.
정부는 2006년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없앴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이 방식으로 진행된 SOC사업은 146건이나 된다. 이 중 절반 정도에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27건은 아직 완공도 안 됐다. 이 때문에 운영수입 보전액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C 건설사업에 민간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처럼 당장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민간 참여를 늘리고 이 부담을 후대에 떠넘기는 방식은 안 된다.
고기정 정치부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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