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언제까지 길거리黨으로 지낼 건가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그제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임명한 데 대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 사항을 청와대가 짓밟았다”고 비난한 뒤 “9월 정기국회 준비를 잘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고 말했다. 민주당이 법적으로 보장된 장관 인사청문회를 스스로 걷어차 놓고 “인사청문회도 없이 장관을 임명했다”고 하는 건 억지다. ‘정기국회 준비’ ‘국민의 가려운 곳’이란 말도 마치 민생을 걱정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8월에도 국회를 정상화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건국 60주년인 8월 15일에도 대한민국 국회는 원 구성도 못한 채 파행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민주당이 요즘 총력을 쏟아 붓는 일은 KBS 정연주 사장과 MBC PD수첩, 그리고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등에서 활동하는 반(反)정부 누리꾼 돕기다. 그제 오전에는 당 ‘언론장악 저지 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보내 “왜 정 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느냐”고 따졌다. 그날 저녁에는 정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KBS 본관 앞에서 ‘아고라’ 및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연주 지키기’ 촛불집회를 가졌다. 민주당의 KBS 앞 촛불집회는 두 번째다. 당초엔 통합방위법상 국가주요기간시설인 KBS 구내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경찰 철수까지 요구했다. 제1야당이 국회를 외면하고 언제까지 불법집회장을 배회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딱하다.

1일엔 역시 언론대책위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문해 “왜 MBC에 제재조치를 내리느냐”고 억지를 부렸다.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 왜곡 및 날조 그리고 오역은 언론자유와 관련이 없다. PD수첩의 잘못을 지적한 방송통신심의위 심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몰려가 항의하는 것은 공당(公黨)이 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한 뒤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 같다. 그래서 믿을 곳이라곤 아직도 지난 정권의 코드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KBS, MBC와 일부 누리꾼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회를 외면하고 길거리를 헤맬수록 국민의 마음에서 더 멀어질 것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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