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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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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민발의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뜻있는 국민이 모여 총유권자 1%의 서명을 받으면 각종 법안을 상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
법안 상정이 더는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어서는 안 된다.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높은 재산세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재산세 동결법안을 주민투표로 발의하고, 주 의회는 이를 통과시킨 사례가 있다. ‘Proposition 13’으로 잘 알려진 이 사례는 모든 권력의 근원이 국민에게 있다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한국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발의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제도를 도입해 주요 현안과 관련해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주면 길거리 시위도 줄어들 것이다.
둘째로는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을 징계 처분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자. 의원끼리 언성을 높이며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국민에게 비치니 국회의원에 대한 존엄성이 바닥을 치는 것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신성한 의사당발언대에서 좀 지나친 단어를 쓰면 대개 반대당 의원이 ‘이의(objection)’를 외친다. 의장은 바로 발언을 중지시키고, 그 내용이 ‘국회의원답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사과를 요구하며, 심한 경우 윤리위원회에 넘긴다.
최근 한국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국회에는 나가지 않고 쇠고기 반대시위에 참가해 ‘청와대 진격’을 부추긴 일은 미국에서는 ‘국회의원답지 않은 행동’으로 마땅히 국회 윤리위원회에 넘겨진다. 이명박 정부는 쿠데타로 세운 독재정부가 아니다. 민주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을 취임한 지 불과 넉 달 만에 퇴진 운운하며 거리시위에 나서는 몰상식한 행동은 의원의 신분을 망각한 처사다. 의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불법시위에 가담하는 반국가적 행동은 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려면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견제하는 강력한 국회 윤리위원회가 필요하다.
셋째, 비례대표제를 없애자. 비례대표의 취지는 원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뽑아 국회 운영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오랫동안 주로 돈으로 의원직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왔을 뿐 원래의 의미는 거의 퇴색해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국회의원은 누구나 지역구가 있어야 한다.
넷째, 요즘 전 세계가 고유가로 야단인데 국회의원들이 기름 아끼는 데 솔선수범하자. 기름 많이 먹는 고급 승용차 대신 내일부터 지하철을 타고 등원하면 어떨까. 지하철을 타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국회에 대한 반감을 줄일 뿐 아니라 국민적 일체감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미국 국회의원은 상당수가 지하철을 타고 등원한다.
국회의원은 특권계급이 아니라 국민이 대신 뽑아준 대의원에 불과하다. 의회를 영어로 ‘House of Representatives’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