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가장 부족한 자원은 고객…소비자와의 유대 힘써라”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와그너 가마쿠라 교수는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고객”이라며 “기업들은 고객과 더욱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병기 기자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와그너 가마쿠라 교수는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고객”이라며 “기업들은 고객과 더욱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병기 기자
《동아일보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3월부터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들과 릴레이 인터뷰 및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마케팅과 상품가격 결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와그너 가마쿠라 듀크대 교수를 만났습니다. 서울대는 글로벌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학 분야별로 최고의 연구성과를 낸 외국인 교수 21명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초청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인터뷰나 대담을 통해 서울대에서 강의하는 석학들의 첨단 경영기법과 이론, 통찰 등을 소개합니다. 서울대 MBA스쿨 및 동아일보와 함께 천재 경영이론가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편집자》

마케팅 분야 세계적 권위, 와그너 가마쿠라 美듀크대 교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려는 한국 기업은 품질 향상만큼 소비자와 회사 간의 유대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고객입니다.”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가마쿠라 교수가 한국 기업들에 던진 충고다. 서울대 글로벌 MBA에서 경쟁전략을 강의하기 위해 2주간 내한한 가마쿠라 교수는 “고객의 사회적 혹은 감정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마케팅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마케팅 전략이란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중요한가요.

“일단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시장이 선진국인지 개발도상국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좋은 마케팅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선진국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기보다는 경쟁회사에서 고객을 뺏어와 이를 유지하는 것이 마케팅의 임무입니다. 선진국 소비자의 대부분은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물품을 다 갖추고 있으므로 고객의 사회적 혹은 감정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합니다. 반면 개도국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것에 마케팅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개도국 소비자의 대부분은 가격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식품의 경우 가격을 낮추느냐 높이느냐, 영양성분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소비계층이 확 달라집니다.”

―한국 기업의 전반적인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흔히 판촉(promotion)가 마케팅의 전부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왜 필요로 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대기업, 특히 삼성은 대단한 발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삼성은 그저 소니의 기술을 따라해 좀 더 싼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던 회사가 스스로 제품을 만들고 기술표준을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난 것이죠. 특정 국가 제품에 고정관념을 갖고 대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일컫는 ‘원산지(country of origin) 현상’의 관점에서 볼 때 이제 삼성 브랜드는 그 자체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킬 만큼 성장했습니다. 제품의 질이 한결같고, 우수한 성능을 지녔으며, 디자인과 스타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고정관념 말입니다.”

―미국 애플은 열광적인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 기업들은 애플만큼 열광적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플 고객들은 제품을 떠나 애플의 문화나 이미지 자체를 추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이 애플의 전략을 따라하는 것은 매우 힘들뿐더러 굳이 그것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물론 열광적 고객은 기업의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하지만 애플의 고객은 고객이라기보다 일종의 ‘숭배자(cult)’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판매자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서비스와 정보를 생산할 때에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접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내가 오늘 이 서비스나 제품을 어떤 고객에게 소개해야 할까’ 대신 ‘내가 오늘 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소개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품질 향상만큼 소비자와 회사,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유대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서비스산업에서 고객과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고객관계 마케팅(CRM·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파는 교차판매(cross selling), 어떤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고급 상품을 판매하는 상향판매(up selling) 또한 고객관계 마케팅에 능숙한 기업들이 구사하는 전형적 전략입니다.

세계적으로 은행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객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한 은행이 스페인 산탄데르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페인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부유한 나라는 아니지만 은행산업이 상당히 발달해있고 고객 대응 전략 또한 훌륭합니다. 단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페인 은행이 라틴아메리카를 장악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에 자국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기업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 경제는 제품 중심의 수출구조에서 정보나 서비스 중심 구조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은 오래전부터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르는 본인이 한국 가수인 비에게 2년 연속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순위에서 뒤진 것을 소재로 콩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토크쇼에서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이 가수 비를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10대인 제 아들 역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 연예인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브라질 태생이신데 브라질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한국 기업에 조언을 해주십시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브라질의 천연자원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을 천연자원 확보가 아니라 제품을 팔기 위한 시장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브라질의 고유한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브라질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브라질에 있는 모든 소비자가 가난한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 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수준의 소비계층이 존재하고 지역별 특성도 판이합니다. 상류층은 구미 선진국 부자보다 더 부유하고 저소득층 중 일부는 아프리카 수준의 빈곤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은 브라질의 소비계층을 평균소득 인근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로만 한정하거나 전 계층을 하나의 집단으로만 보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소득계층별로 서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써야 합니다. 최고급 화장품부터 슈퍼마켓용 화장품까지 다양한 가격과 서로 다른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을 판매하는 로레알처럼 한 회사의 브랜드를 각 계층에 맞는 여러 브랜드로 나눠 접근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가마쿠라 교수는… ▼

와그너 가마쿠라(Wagner Kamakura) 교수는 브라질 상파울루대에서 산업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주립대에서 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주립대, 밴더빌트대, 피츠버그대, 아이오와대 등을 거쳐 2001년부터 듀크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2005년 마케팅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오델 어워드(O'Dell Award)를 수상하는 등 탁월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석학이다. 일본계 브라질 이민 2세로 그의 이름 와그너는 독일 음악가 바그너에게 심취했던 작곡가 출신의 조부가 직접 지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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