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진우]국민대책회의의 끝없는 오버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24일 새벽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소형 트럭 두 대를 끌고 왔다.

이들은 트럭에 실려 있는 나무 피켓, 깃대 등이 보수단체의 폭력행위 증거품이라며 경찰에게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서 측은 “소유가 누구 것인지 불분명한 차를 영장도 없이 함부로 압수 수색할 수는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국민대책회의 측은 “이 차 안에 실린 각목으로 보수단체 회원 수십 명이 몰려들어 1인 시위를 벌이던 여성을 폭행했다”며 “경찰이 증거품을 받지 않고 의도적으로 보수단체 편을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차량 안 물품 용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 재산을 인위적으로 가지고 다니면 절도”라며 “최소한 법 테두리 안에서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막무가내였다.

크고 작은 1700여 개 단체가 모여 결성됐다는 국민대책회의의 월권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14일 오전 1시경 광우병 쇠고기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세종로 사거리에서 참가자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에게 돌멩이를 던진 것이 발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대책회의 관계자라고 밝힌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지켜보던 시민들에게 “구경거리 아니니 물러나라”고 위압적으로 말한 뒤 시비를 벌이던 참가자들에게 “보기가 좋지 않으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설득했다.

결국 그의 뜻대로 ‘없었던 일’이 됐다.

밤에 돌멩이를 던져서 다른 사람을 맞히면 피해자 의사에 상관없이 처벌받아야 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나 피해자가 문제를 삼으면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라는 사람의 행동도 증거인멸 및 범인은닉에 해당할 수 있다.

19일 기자회견 때는 국민대책회의의 관계자가 한 신문기자에게 “논설위원 해고하면 들여보내주겠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인터넷 국민대책회의 사이트 게시판에는 최근 ‘국민’이라는 명칭을 빼라는 글이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국민대책회의가 이런 글들을 보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 편식증 환자처럼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걸까.

신진우 사회부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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