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경희]초등교 수업, 주입식 탈피 흥미 높여야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초등학교 수업과 교실이 흥미, 관심, 이해도에서나 민주시민성의 함양 면에서 선진국 학생들에 비해 크게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효선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개국 초등학교 4, 5학년생 총 23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외 교실 학습연구’ 보고서에서 밝힌 것이다.

먼저 한국 초등학생의 응답을 보면 ‘수업이 재미있다(35.2%)’, ‘공부시간이 좋다(18.3%)’ 항목 모두 프랑스 영국 일본보다 비율이 떨어졌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도입된 열린교육과 2000년 이후에 순차 실시된 7차 교육과정은 학습자 중심의 활동형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도 흥미, 관심, 이해도에서 매우 낮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형식은 활동형 교육이지만 수업은 획일 방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업이 교사가 의도한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의 사고가 열리질 못한다. 교실과 수업은 의도된 지식이 전달되는 통행의 장이 아니라 학습자의 사고를 담론으로 한 소통과 대화의 장이다. 사고력, 응용력, 표현력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교실에서만 가능하다.

둘째, 국정 교과서 제도이다. 전국의 아동이 동일한 교과서로, 전국의 교사가 동일한 교사용 해설서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활성화되질 못한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으로 다양한 지역과 개성적 학생에 부응하는 특색 있는 교육이 될 수가 있겠는가. 시대와 아동은 빠르게 개성적으로 변화하는데 교육은 몇십 년 전의 국정 교과서 제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학습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이다. 자기를 찾아가는 목표가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학생에게 지식의 저장고 역할을 기대하는 수험 지향 문화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결과 ‘공부를 잘하려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72.6%)’ 항목은 다른 항목과는 달리 프랑스(1.0%) 일본(0.9%) 영국(0.8%)에 비해 현격히 높은 비율이다. 공부가 학습자의 지금, 여기 현재의 삶을 떠나 오로지 미래를 예비하기 위한 인내의 대상으로만 인식될 때 수업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음으로 시민성 함양 역시 ‘교실에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한다(18.4%)’ 등의 항목에서 모두 다른 나라보다 비율이 떨어진다.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 구성원들의 이기심으로, 그리고 핵가족화와 소자녀화에 따른 가정교육의 황폐화로 우리 사회는 공동체 존속에 필수인 공적 시민영역과 공생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한 사회의 법질서 인식이나 타인배려 인식은 교실과 수업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와 교실마저 겉도는 가치 학습으로 시민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정책의 변화를 통한 교육의 특성화 도모, 학습량 축소, 학급당 인원의 감축과 교원 정수의 증원, 교원의 전문성 향상 및 학습자료 지원 강화를 통한 수업의 질 향상 같은 방안이 지속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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