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창봉]‘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자격 완화한 까닭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외교포 및 외국인 대학생을 농산어촌의 방과후학교 영어강사로 채용하는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 프로그램’의 지원 기준을 슬그머니 완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4월 15일 이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해외교포 및 한국학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외국인 대학생 가운데 3, 4학년생 500여 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6개월∼1년간 농산어촌의 초등학교에 방과후학교 영어강사로 근무하며 지역별 영어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예정이었다.

교과부는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교 3, 4학년생으로 제한했고, ‘자원봉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졸업생 등의 지원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3, 4학년생만으로는 예상인원을 모두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교과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영어봉사 장학생’의 자격에 대학교 1, 2학년생과 졸업생이 포함되고, 2·4년제 대학에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자격이 바뀐 사실이 5일 뒤늦게 드러났다.

교과부는 “교포인 1, 2학년생과 졸업생들이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고, 재외교육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원 자격을 확대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이 프로그램은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적극 추진한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후속 대책의 하나로, 정부가 ‘대통령 선발 장학생’을 증명하는 인증서도 수여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 미국 방문 중 교포들에게 직접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인데 예상과 달리 지원자 수가 목표치에 못 미치자 지원 마감일을 앞두고 자격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 지난달 중순까지 지원자가 50여 명에 그쳤고, 기준을 완화한 뒤 4일까지 해외 공관을 통해 지원서를 낸 대학생은 총 218명으로 목표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과연 우수한 강사를 뽑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책입안 초기에는 3000명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교과부가 청와대를 의식해 세밀한 정책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어공교육 정책은 이미 인수위 때 ‘영어 몰입교육’ 해프닝으로 불신을 산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정책의 당위성이나 취지만 내세우는 탁상행정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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