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옥]美軍자리 비울때 대비, 힘 길러라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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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5월 30일 가진 이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일부 전력의 한반도 밖 전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편 벨 사령관의 뒤를 잇는 월터 샤프 신임 사령관은 4월 초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칼 레빈 군사위원장과 공화당 원로인 존 워너 의원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시기를 합의된 2012년보다 훨씬 앞당기라는 주문을 받았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더욱 가시화할 조짐이다.

美전략적 유연성 가시화 단계

미국은 이미 2004년에 주한 미2사단의 1개 전투여단을 이라크로 이동시킨 바 있어, 이번 벨 사령관의 추가적인 주한미군 해외 차출 가능성 시사는 신임 샤프 사령관의 부임과 함께 앞으로 한미 군사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다. 특히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와 어떻게 병행될지도 주목된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으로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 확보는 군사적 관점에서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는 군사전략적으로는 ‘행동의 자유(freedom of action)’를 극대화하는 것이며, 국가안보적으로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9·11테러 이후 미국이 전통적인 특정지역, 특정위협을 대상으로 하던 ‘위협기반(threat-based)’ 대비개념을 불특정지역, 불특정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능력기반(capability-based)’ 대비개념으로 바꾼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이라는 눈앞의 특정위협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전력의 일부가 한반도 밖으로 빠져 나간다는 것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주변 지역안보 위협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할 수만도 없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유사시, 오히려 한반도 밖의 미군이 한반도로 투입되는 증원전력 효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미 간에는 한국방위 및 지역안정을 위한 상호 역할분담 개념이 있었다. 즉, ‘한국방위’를 위해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leading role)을 하고 미국이 지원적 역할(supporting role)을 하며, ‘지역안정’ 차원에서는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한국이 지원적 역할을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미래지향의 중장기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구상했다. 또 주한미군도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계속 주둔한다”는 것을 한미 국방장관은 연례적으로 공동성명을 통해 재확인했다. 한미동맹은 각각의 주권적 권리와 자주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뜻한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은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문제가 아님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즉, 정부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려하기에 앞서 이를 국방정책 수립의 현실적 고려 요소로 인식하고, 대북 군사태세와 중장기 국방정책, 군사전략 등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 독자적 군사력 강화해야

앞으로 주한미군 일부 전력이 실제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차출되면 국방당국은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라는 4월 한미 정상합의 정신에 따라, 현 연합방위 수준의 한반도 방위태세와 연합전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체제와 제도적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측도 미사일방어(MD),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한미 공동관심 사안과 관련해 ‘한국 몫’은 스스로 담당한다는 능동적 자세와 독자적인 군사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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