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지도부, 그런 政府觀으로 장관 도지사 했나

  • 입력 2008년 6월 2일 22시 59분


어제 열린 통합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을 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손학규 대표가 불법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에 대해 언급하면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직접 위해(危害)를 가해 보복하는 단계다. 이 정부는 국민을 적(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박상천 공동대표, 원혜영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정치적 경륜이나 행정 경험에서 평생 길거리 투쟁만 했던 야당 투사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할 사람들의 시국 인식이 겨우 이 정도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을 뿐 아니라 김영삼,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내 국정(國政)과 도정(道政)을 두루 경험한 정치인이다. 박 대표는 김대중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원 신임 원내대표는 인구 86만 명에 공무원 수만 2000명이 넘는 경기 부천시장을 두 차례나 지냈다. 최 의장은 도지사, 농림수산부 및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국정운영 경험이 100일도 안 되는 이 정부의 각료나 청와대 참모들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을 사람들이 어떻게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가 국민에게 보복을 하고, 국민을 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과거 그들과 함께 일했던 많은 공직자가 아직도 정부에 있을 텐데 이들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손 대표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정권의 실패를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위선의 냄새가 물씬 난다. 촛불시위에 편승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18대 국회 개원 협상의 카드로 쓰기 위해 만지작거리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이러니까 시위 현장에서도 배척을 당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달이나 계속된 ‘쇠고기 특수(特需)’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불난 집에서 튀밥이나 주워 먹으려는 얄팍한 발상으로는 결코 대안(代案) 세력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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