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이명박이 후진타오를 이기려면

  • 입력 2008년 5월 13일 20시 13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과 일본 방문길에 오르기 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나의) 경쟁자는 외국 지도자”라며 “그들과 경쟁해서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만드는 데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대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지도자 경쟁 차원에서 준비하고 치렀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통령을 ‘국가대표’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의 집권 초기 해외 순방이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에 집중돼 있기에 지도자의 선전(善戰)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더욱 크다. 대통령의 성공적인 해외 순방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외국에서 활동하는 최경주나 박지성 선수의 경기 중계방송을 졸음을 참아가며 지켜보는 스포츠팬의 열정보다 뜨거우면 뜨거웠지, 결코 못하지 않을 것이다.

치열한 韓中日정상외교 三國志

27일로 다가온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미국과 일본 순방 못지않은 중요한 외교 이벤트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 이어 중국을 찾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일본을 방문해 후쿠다 야스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한중일 사이에 삼국지라 해도 좋을 치열한 정상외교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정상외교의 성적표를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정상들도 카운터파트의 인물평을 하고 먼저 만난 지도자와 견주어 점수를 매길 것이다. 이는 향후 한중, 한일, 일중 관계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동아일보는 5년 전 ‘노무현이 후진타오를 이기려면’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 김형배 씨는 5년 동안 주중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2003년 초 앞서거니 뒤서거니 권좌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의 리더십을 비교했다. 김 씨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우리 대통령이 중국 지도자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오늘날 중국과 한국의 모습이 결과물이기 때문에 양국 지도자의 경쟁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후진타오가 집권 후반기 5년을 시작한 올해 한국은 지도자를 새 인물로 바꿨다. 5년 사이 후진타오는 더 강력하고 노련한 지도자가 됐는데 한국에서는 초보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새로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명박이 후진타오를 이기려면’이라는 책을 쓰기가 쉽지 않다.

후진타오의 일본 방문은 국가주석 취임 이후 외국 방문 일정 가운데 가장 길었다. 그는 10년 만에 이뤄진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을 ‘따뜻한 봄날의 여행(暖春之旅·난춘지려)’이라 부르며 상징성을 듬뿍 담았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후진타오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일본 방문과 비교된다.

우리도 상징성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두 지도자가 보여 준 언행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태식 주미대사가 ‘신선한 충격’과 ‘참신한 청량제’로 표현했듯이 대통령들의 어깨동무는 한미 관계가 잘 풀릴 것이라는 인식을 양국 국민에게 심어줬다. 이 대통령은 후진타오와도 비슷한 수준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만들어내 새로운 한중 관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경쟁력 보여 줘야

우리가 중국을 상대할 때 빈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동맹임을 의식하면서 바라보고 대응한다. 굳건한 한미 동맹은 대중(對中) 외교의 든든한 지렛대라는 얘기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협조도 유용한 카드다.

중국에서는 올해 초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을 홀대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중국을 소중한 이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확신시킬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전임 대통령처럼 “마오쩌둥을 존경한다”는 식의 헛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정상외교에서도 국민과 통하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경쟁자는 외국 지도자”라는 발언을 실천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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