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 비리’ 친박연대에 국민이 속았다

  • 입력 2008년 5월 1일 22시 57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당의 4·9총선 후보 공천에 대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자파 탈락자들의 신원(伸寃)을 호소했다. 박 전 대표의 말은 상당 부분 진실을 담고 있다. 오죽했으면 당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가 월간 신동아 5월호 인터뷰에서 “원칙도 개혁도 이념도 없고, 당헌 당규에도 어긋나는 잘못된 공천이었다. 국민이 너그러워 153석이나 줬다”고 했겠는가. 공천 탈락자들이 ‘친박연대’라는 ‘개인숭배형’ 정당을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국민이 국회의석을 14석이나 준 것도 한나라당 공천이 잘못된 데다 박 전 대표를 동정하는 표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친박 성향 무소속연대까지 합치면 26석으로, 국회 교섭단체(20석)를 만들고도 남을 숫자다.

그러나 친박연대는 박 전 대표에게도 누를 끼치고 있다. 총선 직후부터 ‘돈 공천’ 추문(醜聞)이 끊이지 않더니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 씨에 대해 검찰이 어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씨가 당에 건넨 17억 원을 공천 대가로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비례대표 3번 김노식 당선자가 당에 15억여 원을 낸 경위도 조사 중이다. 금명간 서청원 대표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3김시대 이전의 돈 공천 행태가 부활한 모양새다.

친박연대는 검찰의 돈 공천 수사를 ‘친박연대-박근혜 죽이기’를 위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사덕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동반자 관계 형성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라며 “공안검사들을 시켜 동반자 관계를 파기해서 어쩌겠다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노회한 압박 전술이다. 이, 박 두 사람의 동반자 관계가 돈 공천 수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런 구태정치, 낡은 의식의 소유자들에게 국민이 동정표를 줬다. 이젠 박 전 대표가 친박연대의 공천에 대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해야 할 판이다. 민주주의의 함정, 선거의 함정이란 바로 이 같은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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