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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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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보다 연봉 높은 기관장 30명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연봉이 공개된 278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연봉(2006년 기준)이 2억 원을 넘는 곳이 30곳이며, 1억 원을 넘는 곳이 197곳이다. 심지어 5억 원을 넘는 곳도 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봉액 모두를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2008년도 연봉은 1억6867만1000원이다. 여기에 월 300여만 원의 직급보조비와 정액 급식비 등을 포함해도 실제 연봉액은 2억 원 남짓하다. 국무총리의 2008년도 연봉은 1억3076만1000원, 장관의 연봉은 9615만5000원이다. 결국 대통령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공기업 기관장이 30명에 이르고, 전체 공기업의 70%가 넘는 197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장관보다 많은 연봉액을 기관장에게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에서 기업총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임직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 이윤에 대한 그들의 기여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경우, 설사 특정 공기업이 큰 이윤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오로지 경영관리 개선의 성과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경영실적 호전을 이유로 기관장 연봉을 1년에 41.7%나 인상한 공기업도 있으나, 공기업 이윤의 상당 부분이 자연독점에 따른 분양가와 공공요금의 일방적인 인상 등에 기인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명분이 약한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이 민간기업의 CEO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민간기업과 달리 독점경영에 안주하여 파산 리스크가 없는 공기업 CEO와 민간기업 CEO의 연봉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 지시로 촉발된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 삭감 움직임은 일부 금융공기업 CEO의 고액 연봉을 단순히 하향조정하는 데 그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본적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난달 31일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개선 실태’ 중간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버젓이 사용한 데다 편법적인 인사운영과 복리후생비 과다 지급, 분식회계 등 도려내야 할 환부가 한두 곳이 아니다. 심지어는 허위 문서를 꾸며 회사채를 발행한 돈으로 1차 부도가 난 기업의 어음을 매입해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떼일 형편에 놓인 공기업도 있다. 이 모든 손실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새 정부, 민영화 개혁 서둘러야
공기업 개혁은 근본적인 존재이유를 묻는 데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시장성 테스트(market-testing)를 통해 굳이 공기업으로 존속시킬 이유가 없는 기관에 대해서는 과감한 민영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또한 나눠먹기식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공기업의 효율성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경영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로 상징되는 공기업의 인사혁신이 앞서야 한다.
이종수 한성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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