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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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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확고한 리더십 보여줘
포스코의 창업과 발전과정을 보면서 한국경제 선진화의 단초를 추출해 낼 수 있다. 먼저 국가의 새로운 국면을 열 때 강한 리더십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산업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철강을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실행에 옮긴 박태준 창업회장 같은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포스코가 있게 된 것이다.
둘째는 정부의 의지로 시작된 회사의 경영을 선뜻 민간에 넘겨 버린 용단을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철강산업의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 혁신이 숨 가쁘게 벌어지는 현실에서 민간의 창의와 도전정신 없이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정부 스스로 내린 것이다. 1998년 이후 세 차례의 주식예탁증서(ADR) 발행과 세 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민영화를 완료하고 동일인 소유한도 제약, 외국인 소유한도 제약을 2000년 9월부터 폐지함으로써 관료주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셋째는 국제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해 왔다는 점이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기업이 연구개발 투자에 많은 자원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초기의 경영자들은 포스코의 앞날을 길게 내다봤다. 세계적 수준의 포스텍(포항공대)을 만들었는가 하면 대표적 연구센터인 산업과학기술연구소를 창립하고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파이넥스, 포스트립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일반탄 사용공법으로 세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넷째의 단초는 포스코의 글로벌 전략이다. 아무리 전략산업이라고 해도 이젠 문 걸어 닫고 운영할 수 없는 시대다. 더구나 인도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의 신일본제철 및 JFE 스틸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서 외국 자본과 연계하고 외국 철강회사들과 합종·연횡을 하지 않으면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이구택 현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생산시설도 국제적으로 넓히고 인재 양성과 확보도 범세계적으로 하며 기술개발도 세계적 연구소들과 공동으로 해 나가는 전략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인도 베트남 그리고 멕시코에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를 위해 잘한 일이라고 본다.
긍정적 사고로 경제 재도약을
마지막으로 기업 문화(morale)다. 포항에 가면 늘 생동하는 느낌을 받는다. 대표적 굴뚝산업 도시지만 우울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포스코 때문이다. 잘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원, 주민들, 심지어 공무원들까지도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변해 있다. 외부 인력에 의한 노사분규 사례는 있으나 포스코 자체는 40년 무분규 기업이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경영의 투명성, 노사협력, 그리고 기업의 철저한 사회적 기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논할 때 포스코를 잘 들여다보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확고한 지도력, 민간능력에 대한 신뢰, 연구개발 강화, 범세계화, 그리고 성공이 또 다른 성공으로 연결되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선진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국선진화포럼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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