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품질만으론 부족…진정성이 팔린다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기업경쟁력 차별화 요소 부각

1990년대 나이키는 ‘나이키 타운(Nike Town)’이라는 거대 복합매장을 선보였다. 매장 안에 학교와 경찰서, 공공회관 등을 만들어 마을처럼 꾸민 뒤 나이키 제품과 로고를 채워 넣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매장은 별 소득 없이 문을 닫고 말았다. 마을처럼 꾸며진 매장 곳곳에는 광고 문구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만 걸려 있을 뿐이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이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이 지난해 9월 출간해 미국 내 베스트셀러에 오른 ‘진정성(Authenticity)’은 나이키 타운의 실패를 ‘가식(fake)’에서 찾았다. 오늘날 고객에게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자 믿음인 ‘진정성’에 역행했다는 평가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은 미국의 유명 컨설턴트다.

○ 소비자들, 존경하는 기업의 제품 찾아

저자들은 이 책에서 “진정성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늘고 있다”며 “가식이나 겉치레보다 진실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므로 기업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제품의 기술이나 품질이 평준화되면서 과거 가격이나 품질을 구매 기준으로 삼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존경하는 기업에서 만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진정성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저자들은 기업이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 요소를 5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유기농 식품이나 수공예품처럼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성을 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또는 리바이스나 코카콜라, 애플의 아이팟처럼 관련 분야의 선구자적 상품을 내놔야 한다. 원조가 아니면 복제품이나 유사품이 될 뿐이다.

혹은 중국의 다도(茶道)처럼 오랜 문화적 관습에서 이끌어낸 경험이 담겨 있거나 고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탁월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친환경 빌딩처럼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영향력이 있어도 좋다.

○ 허위의 광고보단 체험공간이 설득력 높아

저자들은 무엇보다 진정성은 기업이 밝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광고와 같은 마케팅은 허위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봤다.

“진정성을 높이는 최상의 방법은 광고를 통한 설명은 그만두고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마케팅을 체험 공간 만들기(placemaking)로 대체하라.”

저자들은 “고객이 제품과 기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임시 공간이나 가상 공간도 된다”고 평했다.

기업이 소비자 체험을 위한 공간을 설정할 때는 △실질적이고 인상적인 ‘본점’의 위치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는 ‘허브 공간’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지점’ △다른 기업이나 행사장 내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파생 공간’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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