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이야기]펀드 선택, 車살 때처럼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올해 들어서 중국 펀드의 수익률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중국 펀드는 평균 30%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약 20조 원의 자금을 투자할 정도로 중국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홍콩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펀드도 중국 펀드였다. 홍콩의 펀드 시장은 세계의 투자자들에게서 투자된 자금까지 합치면 한국보다 2배나 크다.

정부의 금융규제 제한이 별로 없는 홍콩 시장은 동남아 금융허브로서 지리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유명한 자산운용회사들이 모두 진출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홍콩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 시 원금의 5∼6%에 이르는 거액의 ‘선취판매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의 주식형 펀드는 약 1.0∼1.8%의 ‘판매보수’를 나중에 떼기 때문에 선취판매 수수료는 낮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콩의 증권사들은 주식매매만 중개하지 펀드 판매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거의 모든 국민이 은행을 통해서 높은 선취판매 수수료를 물고 펀드를 구입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렇게 비싼 비용에도 홍콩 투자자들의 평균적인 펀드 가입기간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투자기간이 짧은 데다 비싼 선취판매 수수료를 내니 중국 펀드 같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 투자자들도 지난해에 중국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특히 중국 주가가 최고점에 이르던 지난해 6월부터 10월 사이에 중국 펀드의 자산 규모는 3배로 늘어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

하지만 올해 중국 펀드의 부진은 과거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분산투자 원칙도 무시하고 투자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홍콩 투자자들도 고위험, 고수익 상품만을 찾다가 쓴맛을 보고 있다.

피땀 흘려 번 돈을 냉장고나 자동차 살 때만큼 고민하지 않고 펀드에 투자하는 우(愚)를 범하질 않기 바란다.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대신 투자해 준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가입하면 안 된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발품을 팔아서 펀드에 가입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

한국펀드평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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