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두원]外資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 입력 2008년 2월 5일 20시 49분


지난 한 달 동안 숨 막히게 진행되었던 대통령직인수위의 활동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면서, 주요 정책들에 대한 차기 정부의 방침이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의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명확하게 방침을 정리하지 못한 현안이 바로 외국자본에 대한 시각인 것 같다.

새만금 등의 사업에 대규모 외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외치는 한편에, 다른 쪽에서는 국내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민영화할 때 외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외자 수용에 대한 확고한 방향과 원칙을 조속한 시일 안에 세워야 한다.

우선 한국은 참여정부 5년 동안에 외자유치 경쟁에서 동아시아 대부분의 경쟁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이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뿐 아니라 대외 이미지의 실추 그리고 환율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최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 사건 역시 세계의 주목과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조속한 시일 내에 외자에 대한 새 정부의 방침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앞으로도 외자유치 경쟁에서 장기간 소외될 위험이 있다.

기간산업까지 M&A 노출

물론 이제까지도 외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항상 원론적인 차원에서 외자유치를 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각 부처 및 각 산업의 이해(利害)가 달린 현안에 있어서는 항상 견제와 규제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견제는 소위 말하는 국민정서법에 편승하여 더욱 증폭되었으며, 이는 대규모 외자를 유치하는 데 항상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외자유치를 위한 기본 방향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외자 역시 내자와 같은 자본이므로, 자본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 국내자본이 투자하지 않는 지역에는 외국자본 역시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그러므로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제거하고 노동시장의 안정 및 신축성을 우선적으로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외자유치에 대하여 이제까지와 같이 총론에서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반대하는 구태(舊態)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민영화 등에 있어서 외자는 제외하려는 내부적인 움직임 등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개방정책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상실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론스타 사건과 같이 시장을 교란하는 외국자본의 횡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의 시정과 예방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금융감독 당국의 몫이지, 국내자본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개방에 앞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안전장치가 있다. 즉 안보 등에 직결되는 일부 기간산업에 있어서는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안전장치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을 위시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외국자본에 대하여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개방을 법적으로 허용하여, 이와 같은 안전장치를 갖출 여유가 없었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최근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국부(國富)펀드의 존재 때문이다. 중국과 아랍 국가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하여 세계 각국의 주요 자산들을 구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역시 이러한 추세에 가담하고 있다.

현 정부서 법제 마무리 바람직

더욱이 이러한 국부펀드들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좇는 사모(私募)펀드와 달리 한 국가의 장기적인 안보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기간산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이들로부터 국가의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면적 개방에 앞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가능하면 현 정부에서 마무리하여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는 아마도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이 모두 흔쾌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 될 것이다. 두 정권의 국익을 위한 화합을 보고 싶다.

이두원 객원논설위원·연세대 교수·경제학leedw1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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