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 신당 ‘실용 노선’ 경쟁력 있다

  • 입력 2008년 1월 15일 22시 57분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오늘로 엿새째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다 당내 복잡한 계파와 이념 갈등을 짊어진 채 지휘봉을 잡은 터라 과연 신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일부 의원의 탈당도 있었다. 그러나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손학규 신당’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신당이 12월 대선에서 530만 표 차로 참패한 것은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낡은 이념에 집착하면서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신당이 살 길은 그동안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 찾아야 한다. 국민이 긍정적 신호를 보낼 때까지 깊은 반성과 함께 털어 낼 것은 털어 내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손 대표는 취임사에서 “중도적 가치와 실용적 정신이 반영되는 진보를 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당의 노선 정책 정치문화와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신당을 실용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다짐이 가시화하기까지에는 당내 반발도 따르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신당이 양도소득세 인하 법안의 2월 국회 처리를 주도(主導)한 것이나, 손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조건부 찬성을 표명한 것만으로도 민심의 호응을 받을 만하다.

이런 변신을 두고 일각에서 “한나라당을 흉내 낸다”거나 “한나라당 2중대”라는 혹평도 나오지만 억지 소리다. 정당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고,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요 노선이라면 어느 정당이든 앞장서는 것이 옳다. 손 대표가 언급한 대로 신당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새 정부와 경쟁해야 한다. 그것이 실용정당의 바른 모습이다. 나아가 정부조직 개편을 비롯한 국정 현안을 놓고 차기 정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도(正道)다.

4월 총선은 손 대표가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신당이 진정 이명박 정부의 견제세력이 되고자 한다면 실용 노선과 더 나은 인물로 국민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그래야 대선 패배를 딛고 건전한 야당으로 다시 설 수 있다. 손 대표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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